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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김형철] 자유론(1859)

독서일기/정치학

by 태즈매니언 2016. 4. 1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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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교수님의 인권에 대한 개론서 <인권의 문법>은 내게 유용했다. 다만, 사회계약론이 주장되던 바로 그 시기 사람의 권리로서 가장 먼저 주장된 자유권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때 생각난 책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었다. 꼭 읽어야할 고전으로 손꼽히지만 읽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일단 분량도 200페이지가 채 안되서 의욕이 솟더라. 


수학이나 물리학과 달리 공식이 없는 인문학인지라 풍화작용으로 마멸된 옛문장들이라 되새김질이 필요한 문장들이 많아 읽기는 고역이었다. 그래도 괜히 손꼽히는 천재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1800년대에 나온 이 책에 담긴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신의 자서전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On Liberty)>이 '단 하나의 진리 - 대단히 다양한 유형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인간 본성에 전적인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그 스스로가 무수히 많은 그리고 상충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사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하여 가지는 중요성  - 에 대한 일종의 철학적 교과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밀은 약간 긴 논문을 통해 강제와 통제의 방법(형사처벌 혹은 여론의 도덕적 강제를 통칭)으로써 인류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어느 한 개인의 자유에 정당하게 간섭을 하는 유일한 목적은 자기 방어 뿐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즉 권력이 개인에게 그 개인의 의사에 반해서 정당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타인에게 가해지는 해악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 주장을 예상되는 반론을 제시하고 그 반론의 허점을 지적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개별 인간이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시대나 집단도 그럴 수 있고 여기에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가 나오고 소수자들이 대중과 관습의 압력에 압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장 총강에 이어 나오는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제10조로 시작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소위 '행복추구권'이라고 하는 이 당연해 보이는 말이 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조항 중 가장 앞에 와야 하는지, 행복추구권에서 왜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가 파생되는지 밀의 <자유론>을 읽고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다른 권리들도 무의미해지는 권리가 바로 자유권이다. 그리고 그 자유권은 인간이 이룬 공동체의 존재 이유 자체이기도 하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 논문의 마지막 문단을 그 점을 지적하며 끝맺는다. 


제5장 적용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들고 있는 자유권의 범위에 대한 개별 사례들에 대해서는 그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자유권에 대한 그의 논증 자체는 '우리 자신의 무오류성'이 입증되지 않고서는 논파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인간이 불완전한 조냊인 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선이라는 원칙은 생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있는 것도 유용하다는 주장도 뒷받침한다. 진보는 언제 중단되는가? 그것이 개별성을 보유하는 것을 중지하는 순간이 바로 그 때이다. 


 '진보란 개별성의 추구'라는 페친의 갈파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길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학자들의 핵심적인 통찰이 이백년 전의 이 책에 이미 몽땅 담겨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천재와의 만남은 역시 즐겁다. 


천재는 이 논문의 마지막을 아래의 문장들로 마무리하고 있다.(번역본 199페이지) 이번 선거의 정당명부 비례대표 기표용기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그 많은 정당들 중에서 아쉽게도 '개별성의 추구'라는 자유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강으로 추진하는 정당이 단 하나도 없더라. 제발 다음 선거 때는 차악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좀 더 나아지길..


'장기적으로 볼 대 국가의 가치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가치이다. 개인들의 정신력을 확장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무시하고 행정 수완 혹은 세부적인 사업에서 경험이 제공하는 행정 수완과 유사한 것을 조금 더 향상하려는 국가, 즉 비록 선행적인 목적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정권의 수중에 있는 더욱더 온순한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하여 국민을 왜소하게 만드는 국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왜소한 국민들이 위대한 일을 진정으로 성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계가 더욱더 원만하게 작동할 수 있기 위하여 국가가 분쇄하기를 원했던 그 활력이 결여되기 때문에, 국가가 모든 것을 희생해 가면서 완성한 그 기계는 결국에 가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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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의견 발표를 침묵케 하는 데어서 발생하는 해악의 특수성은 현세대와 차세대를 포함한 전 인류의 행복을 강탈한다는 사실과,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보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손실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인류는 오류를 전리와 교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만일 그것이 틀리다면, 진리가 오류와 충돌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진리에 대한 더욱 명백한 인식과 더욱 선명한 인상을 상실하게 되는 엄청난 혜택의 손실을 입게 된다. 


87쪽


세상에 만연해 있는 의견이 진실한 기반 위에 있을 때조차도 부분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일상적 의견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진리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모든 의견은, 비록 그것이 진리와 혼재할 수 있는 오류와 혼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귀중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98쪽


논쟁 당사자에 의해 저질러 질 수 있는 공격 중에서 가장 사악한 것은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악하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인기 없는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이러한 종류의 비방에 잘 노출된다. 왜나하면 그들은 대체로 수적으로 소수이고, 영향력이 없으며, 그들 자신 외에는 그들에게 정의로운 대우가 취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138쪽


각자 자신의 고유한 관심사에 있어서는, 개인적 자발성이 자유로운 활동을 벌일 자격이 있다. 그가 판단하는 것을 도와주려는 배려와 그의 의지를 강화시키려는 권고가 다른 사람에 의해 그에게 제공될 수 있고 심지어는 강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신만이 최후의 심판관이다. 타인의 충고와 경고에 반하여 그가 저지를 것 같은 모든 실수는 타인이 그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가 하도록 타인에 의해 제약되는 것을 허용하는 데서 파생되는 해약에 비하면 훨씬 적다. 

(중략)

또한 우리는 타인에 대한 비우호적인 의견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할 권리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의 개별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개별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와 교제를 추구해야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것을 피할 권리만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교제를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150쪽


자아 지향적 행위의 문제에 관한 다수자의 여론은 옳기보다는 그릇될 확률이 훨씬 더 많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대중 여론이 의미하는 바는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의 선악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의견에 불과하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는 그것조차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은 가장 무책임한 태도로 그들이 혹평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의 쾌락 혹은 편의를 간과한 채 자기 자신들의 기호만을 고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혐오하는 행위를 자신들에 대한 해악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의 감정에 대한 모욕으로 분개한다. 


196쪽


집단의 자체 능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자극은 집단 외부에 존재하는 동일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제기하는 주의 깊은 비판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하고 중대한 실천적 문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는데 필요한 경험과 기회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이 정부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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