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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토미히꼬/서혜영]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2006)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16. 6. 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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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가렸네. 모리미 토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독특한 소설이라는 평을 듣고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개성적인 스타일에 대해 '매직 리얼리즘'이라는 이름 붙인 사람들이 있던데 현대 판타지물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진난만한 여주인공 역할에 맞는 배우를 통해 영화로 구현하면 발랄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는 나랑 동갑인 79년생인데 지금까지 펴낸 책 중 한 작품만 빼고 모두 교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교토의 친숙한 지명들이 많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옛 일본의 텐구와 같은 존재가 대학가를 어정거리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등장하기엔 교토가 제격이긴 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심해어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 <나쁜 감기 사랑 감기> 네 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태다. 


중고서적 경매나 음화 수집가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봤던 풍경이 떠오르기도 했고. '친구펀치'와 같은 표현은 귀여웠고, '라무네'라는 일본 청량음료를 다음에 갈 때는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물에 대한 표현이 생생했다. 


'달마오뚝이', '축지법 고타츠', '달걀술',  '등에 짊어진 비단잉어' 등등 일본적인 물건들이 계속 등장하고 배경도 가모가와 강, 본토초, 시조가와라마치, 시모가모, 가와라마치' 등 실제 교토의 지명들이다. 저자는 지금도 교토의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소설을 쓴다는데 다음 번엔 교토의 도서관도 한번 구경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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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쪽


"아버지는 늘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어. 그리고 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가르쳐줬어. 나는 여기 있으면 책들이 모두 평등하고 서로 자유자재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 그 책들이 서로 여결되어서 만들어내는 책의 바다는 사실 그 자체로 한 권의 커다란 책이야."


142쪽


종이에 각인된 기억은 모두 헌 책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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