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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최민우 역] 뉴스의 시대(2014)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6. 10. 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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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알면 좋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뉴스라는 샤먼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고 사는 안락함을 최근에서야 깨달은 처지라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집에 TV가 없고 밖에서도 보지 않습니다. 들이는 시간당 획득하는 정보량이 너무 적어서요. 뉴스의 영상 포맷도 정형화되었거나 가위질을 많이 해서 직접 촬영한 유투브 영상만 찾아보는게 낫고요.

근무시간 중 잡다한 일을 끝낼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포털사이트의 뉴스들은 클릭하며 가십거리를 찾긴 합니다. 일종의 의식(ritual)으로요.

하지만 뭐든 알고 싶을 때는 주로 보도된 기초사실에 다양한 분야의 현업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딸려오는 페이스북 포스팅들을 보게 되지, 클릭수라는 제약에 갇힌 기사와 감정의 똥무더기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는 댓글의 패키지는 점점 외면하게 되더군요. 그나마 르포르타주나 월간지 기사를 읽는 것이 페북생활의 즐거움과 가장 비슷합니다.

저만 이리 느끼는게 아니라 미디어의 종류와 채널 숫자가 사람들을 질식시킬 정도다보니 뉴스중독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시점인 듯 싶습니다. 앞으로 혹시 뉴스에 탐닉하게 된다면 마음의 균형을 잃은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보려구요.

연예인 뉴스를 질색해하는 저의 생각짧음을 제대로 까주는 '제5장 셀레브리티뉴스'가 가장 유익하더군요.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가장 큰 명성을 얻는 이는 가장 고귀하고 고상하며 사회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가치를 구현하고 그것을 강화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맞으니까요. 알랭 드 보통의 조언대로 셀레브리티에 대한 흥미를 '선망하는 대상에서 정확히 어떤 점이 흥미로운지' 알고자하고, '그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노력해 보렵니다.

다만 그의 말대로 '악랄한 험담과 명성에 대한 지나친 갈망'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품격있는 관심을 가지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이긴 하겠죠. 언론계 종사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뉴스는 적게 보고, 성인이라면 한 달에 한 권의 책은 읽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네요.

노동과 독서의 나날을 통해 주어진 시간들을 채워나가는 개인들이 더 많아지만 미디어가 쏟아내는 토픽들에 대한 끝없는 돌림노래 떼창이 아니라 자신이 직간접 경험으로 접하고 스스로 생각해본 문제에 대한 조곤조곤한 토론들이 훨씬 풍부해지는 사회가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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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뉴스와 마찬가지로 종교는 우리에게 날마다 중요한 일들을 말해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뉴스와 달리 종교는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한꺼번에 해버리면 우리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TV의 채널 하나하나가 각각의 종교라고 보면?)

52쪽

뚜렷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재앙에 절망하기 전에, 우리는 뉴스란 기본적으로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는 한 묶음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뉴스는 거미줄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귀찮고 번거롭지만 찢고 걷어내버리면 되는데 가만두면 은근히 옭아매는 힘이 있는 아주 미약한 언령)

191쪽

선망에 기초한 모방이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훌륭한 삶의 필수 요소가 된다. 경탄하기를 거부하는 것, 성공한 사람의 성취에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않는 것은 타당한 근거 없이 오만하게 자신을 중요한 앎으로부터 떼어내버리는 짓이다.

227쪽

고대 그리스인들은 한 해에 한 번, 정해진 시기에, 특정한 상황 속에서 작품의 큰 목적을 숙지한 채 비극작품을 관람했다. 반면 우리는 거의 날마다 비극적인 기사를 접하지만 그 기사들이 일관된 서술 방식을 통해 독특한 윤리를 전달하려 한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한다.

(저처럼 줄창 책만 읽어도 안좋은 이유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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