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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비버/조윤정 역]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2011)

독서일기/전쟁

by 태즈매니언 2017. 3. 9.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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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Stalingrad>로 구소련 몰락 직후인 1991년 잠깐 공개되었던 러시아 국가 기록보관소의 사료들을 바탕으로 스탈린그라드 전투 전후를 재구성한 책입니다.

독소전쟁사는 물론 제2차 세계대전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읽기에는 벅찬 부분이 많더군요.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곡창지대와 히틀러가 간절히 원했던 카프가스 유전, 군수공장과 배후 우랄산맥 뒤편 군수단지에 더해 이름이 갖는 상징성때문에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인류 역사상 단일 전투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라고 하죠. 민간인 사상자를 제외한 양측 군인 사상자만 200만명(붉은 군대 사상자 110만 중 48.5만 사망)이라는 엄청난 숫자이니......

역사상 잔인하고 비통했던 공성전 기록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베르덩 전투와 함께 가장 무의미한 살육전의 현실을 접해보고 싶었죠.

안토니 비버 교수는 군사전략에 더 중점을 두고 쓰기는 했지만 1차 자료인 군목, 군의관들의 기록, 장교와 사병들의 편지, 정치위원들의 보고 등을 인용하면서 당시의 참담한 전투와 민간인들이 겪었던 상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 경칩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제 삼계절 캠핑도구를 다 챙긴 상태로 한달간 노숙해보라고 해도 자신이 없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책 안에 얇은 의복과 발싸개, 방수포, 모포 정도를 가지고 꽁꽁 언 참호 안에서 영하 20도의 겨울을 두 번 보낸 군인들이 겪었던 고통들을 감히 알았다고 할 수는 없겠죠. 장진호 전투도 끔찍했지만 미군의 보급은 충분했기에 비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인육을 먹을 일은 없었으니.

스탈린을 비판하는 부분이 많고 주코프에 대해서는 전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제가 판단할 능력은 없어서 그냥 읽기만 했습니다.

물론 스탈린이 소련 인민이 치른 피의 댓가를 제대로 받아냈고, 히틀러 상사의 지나친 간섭이 독일군의 전술을 제약했다는 것이나 총동원령을 발동한 결단력의 차이 정도는 알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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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쪽

형벌 중대는 공격 시 지뢰 제거와 같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들을 수행했다. 통틀어 약 42만 2,700명의 붉은 군대 병사들이 "조국 앞에서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그들의 피로써 씻어내야" 했다.

260쪽

독일군 병사들이 스탈린그라드의 고아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중략) 그들은 빵 껍질을 주겠다고 꼬드겨 러시아 아이들에게 볼가 강에서 물을 떠오게 했다. 붉은 군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병사들에게 이런 일을 하는 아이들을 사살하게 했다.

429쪽

황량한 초원에는 나무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눈이 덮인 길에서 갈림길이나 교차로는 도살한 말의 다리를 눈 더미 위에 꽂아 표시해 두었다.

584쪽

테헤란 회담은 이후 전쟁에 대한 연합국의 전략을 결정지었다. 발칸반도로 침공한다는 처칠의 계획은 군사적 논리에 따라 거부되었다. 서방 연합국의 노력은 유럽 북서부에 집중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논리에 따름으로써 유럽 동부와 중부의 운명은 완전히 스탈린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었다. 처칠은 이런 결과를 어렴풋이 감지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붉은 군대의 희생과 소련 시민들이 당한 끔찍한 고통은 스탈린으로 하여금 서방 연합국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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