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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김희주 역] 극한의 경험(2008)

독서일기/전쟁

by 태즈매니언 2018. 1. 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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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를 재미있게 읽어서 유발 하라리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공인 중세전쟁사에 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중세부터 근대초기, 그리고 현대 세계를 왔다갔다 하며 비교하다보니 좀 정신이 없고 인용되는 전쟁 경험담들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다.

하라리는 전쟁경험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이 근대초기(1450~1740)를 거쳐 낭만주의 시기(1740~1865) 이후로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개연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무도 읽지 않을 온갖 책들을 두더지처럼 들춰본다. 

읽기가 버거워서 읽던 책을 덮고, 영화 <풀 메탈 재킷>을 보고 났더니 낭만주의 이전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선명히 대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보는 TV나 드라마는 전쟁터의 전사들이 겪는 내면적인 갈등과 심경변화를 극적인 요소로 잘 활용하지만 근대 이전에는 전투원들의 내적인 감정은 문화적으로 무시되었고, 오직 외부로 드러나는 육체적인 행동의 척도로 그 전투원의 정신적 자질을 평가하는 문화였다는 게 내가 이해한 이 책의 주요한 논지다.

나폴레옹 시대에 대해 연재하시는 나시카님께서 혼블로워의 샤프 시리즈도 간간히 소개해주시는데 그 글들을 무척 재미나다,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 회고담인 <척탄병 쿠아네의 일기>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낭만주의 시대 이전의 전쟁회고담들은 절대로 찾아서 읽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주로 사용하는 '감수성'이나 '계시의 경험'이라는 단어를 풀어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으셨다면 그 책에 나오는 벨로캉 연방의 여느 개미들과 일개미 103683호의 차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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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인간의 정신은 무수히 많은 사상과 관념, 환상을 만들고, 이 정신적 창조물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편안하게 지내는 한 정신이 창조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을 당하면 비현실적이고 비본질적인 환상은 정신에서 사라지고 결국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것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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