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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백년식당(2014)

독서일기/음식요리

by 태즈매니언 2017. 3. 3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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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없이 산지가 오래 되서 맛집객들이 러시안 룰렛처럼 방영을 두려워한다는 <수요미식회>는 한 번도 못봤는데 이렇게 믿을만한 노포탐방기가 있었네요. 기자출신 요리사님이라 문장이 좋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박권일님께서 버크셔 K 돼지로 맛을 냈다는 돼지국밥집을 가봐야하는데)

 

전 노포의 매력을 도통 모르다가 일본 여행을 다니다보니 눈을 뜨게 되더군요. 안타까워하는 저자와 달리 전 피맛골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지만 살아있는 근대문화유산인(혹은 될) 노포들을 답사한 민속지 같은 책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예전에 <쟁이><>이라는 책을 보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를 이렇게 잘 설명한 머리말도 접하기 쉽지 않아요.

 

저자는 백년 된 노포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노포의 역사를 말하려면 결국 일본의 영향에 대해 말해야하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화월당 외에 일본인으로부터 전수받은 노포들에 대해서는 전수자를 일본인이라고만 기술하고 있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뭐 자세히 쓴다고 독자들이 좋아하진 않겠지만요.

 

제주도의 식문화와 의례에서 돼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인류학자가 관찰한 파푸아뉴기니의 마링족 문화(Roy A. Rappaport,<Pigs for the Ancestors>)와 비슷한 점이 많아 범 폴리네시아 문화권인가 싶었고, 우리나라에 Meat Carving 전통이 있었다니 신기했습니다.

 

박권일씨는 노포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다음의 세 가지 꼽네요. ‘첫째, 당연히 맛이 있고, 특별한 비법보다 값을 깎지 않고 고정 거래처에서 산 질 좋은 재료를 쓴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하고 (상당수가) 매일 자기가 파는 음식을 먹는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수십 년) 일한다.’

 

여기서 소개한 열여덟 곳의 노포 중에서 제가 가본 곳은 부산 할매국밥 뿐이더군요.(삼진어묵은 밥집은 아니니 제외) 아무 것도 모르고 일행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던 그곳에서 먹었던 토렴한 돼지국밥이 국밥의 원형처럼 느껴졌던 걸 떠올리니 저자가 추천한 식당들에 한 번 가보고 싶어서 구글맵에 좌표 찍으면서 읽었습니다.

 

다만 이 곳 노포들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소명의식에 눌려 본인의 건강을 해치거나 직원들이 받아갈 적절한 급여까지 깎아서 맛을 추구하시지는 않으시면 좋겠네요. 생산자 잉여도 있어야죠. 그런 점에서 대구에서 차상남 사장님이 하시는 상주식당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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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파를 사는 데 정성을 들인다. 그러고는 손질도 꼼꼼히 한다. 진액을 다 빼야 텁텁한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또 대파의 흰 부분만 쓴다. 그래야 달고 시원한 국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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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맛이 없어, 그게 냉면이야.”

우래옥에서 50년 넘게 봉직한 김 전무는 이 전설의 산증인이다. 그에게 냉면의 맛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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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는 냉면을 먹는다. 하루 한 그릇은 기본이다. 할아버지(창업주)냉면을 팔려면 늘 먹어보라!”했던 금언을 지키고 있다. 쉰두 해째 냉면을 먹는다. 그렇게 이 집의 맛은 지켜진다. 15000일 이상을 그는 냉면을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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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제1갈비뼈에서 제5갈비뼈를 본갈비, 6갈비벼에서 제8갈비뼈를 꽃갈비, 9갈비뼈에서 제13갈비뼈를 참갈비라고 부른다. 꽃갈비가 가장 부드러워 최적의 구이용으로 보고, 참갈비는 구이용으로 적합하지 않아 대개 갈비탕으로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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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이란 일본에서는 두부, 어묵, , 곤약, 쇠심줄, 돼지고기, 소고기, 달걀 등의 온갖 재료를 가다랑어 포, 간장을 넣은 국물에 넣어 익혀 먹는 요리다. 어묵보다 다른 재료가 훨씬 많다. 어묵이란 오뎅에 들어가는 가마보코, 즉 생선 살을 갈아 익히고 굽거나 튀긴 재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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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쫄깃함을 얻고 냄새도 없애기 위해 센 불에 삶고, 중국 족발은 오향으로 냄새를 잡고 은근하게 삶아 부드러움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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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멘은 비운(?)의 국수다. 원래 우동과는 아무 상관없는 중국의 겨울면이다. 뜨끈하게 맑은 육수에 말아낸 국수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본명을 고수하다가 이내 우동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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