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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김명남 역] 맨스플레인(2014)

독서일기/젠더

by 태즈매니언 2017. 4. 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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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이라는 말 덕분에 유명해진 책인데 정작 리베카 솔닛이 이 말을 만들어낸 건 아니고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영향을 끼친 정도더군요.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언론 기고글 모음집인데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보기 드문 완성도의 글쓰기의 보여줬던지라 찾아 봤습니다.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생각들이 실이 베틀을 거쳐 천이 되는 것처럼 이어지는 맥락 중심의 글쓰기(물론 그 중심에는 솔닛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인 페미니즘이 있습니다만)가 역시 매력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주로 접해온 문장들과 달라서 종종 난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몸에 안맞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지만요.

 

문돌이의 페미니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진화심리학에 기반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솔닛의 책을 또 찾아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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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누군가 내게 편지를 보내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강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강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젊은 여학생들은 자신이 늘 교묘한 방식으로 경계하고, 세상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사전에 조심하며, 기본적으로 아주 자주 강간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내게 글을 쓴 남자가 덧붙이기를, 남학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따고 한다.). 그들의 세상을 가르는 간극이 일순간이나마 갑자기 가시화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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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역사는 깊디깊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도 더 전인 앗시리아 시절에도 베일이 있었는데, 당시에 여성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점잖은 아내와 과부들은 베일을 써야 했고, 창녀와 노예 여자아이들은 베일을 쓰는 게 금지되었다. 베일은 일종의 프라이버시의 벽이었고, 여자가 한 남자의 소유라는 표지였으며, 휴대 가능한 감금용 건축물이었다.

(이젠 결혼식 때도 신랑이 베일을 올리는 모습을 거의 못본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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