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브라이언 사이키스/이민아 역] 아담의 저주(2004)

독서일기/젠더

by 태즈매니언 2018. 8. 13. 21:51

본문

 

내가 남자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다. 저자 브라이언 사이키스는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유전학 교수인데, 1989년 세계 최초로 선사시대 인골에서 DNA를 발견하여 <네이처>에 발표한 인간DNA 전문가라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신뢰가 갈만한 이력인데 워낙 논쟁적인 가설을 던지다보니 문외한 입장에서는 책을 덮고 나서도 이 가설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전작인 <이브의 일곱 딸들>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미토콘드리아 DNA 가계 분석을 통해 유럽인들의 모계 조상을 거슬러올라가면 크게 일곱 개의 모계씨족으로 분석된다는 결과을 묘사한 제목이란다.)

 

사이키스 교수는 책의 전반부 1/3가량을 멘델의 강낭콩 실험과 100년전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된 초파리 실험실의 염색체 연구부터 시작해서 인간 유전자 연구가 어떤 도전과 실패를 통해 도약해봤는지 큰 흐름을 보여준다.

 

내용이 꽤 지루했지만 학자들의 가설 설정과 실험실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해하는데 유용했다. 우리가 학창시절 생물 교과서를 통해 간략하게 배웠던 부모의 배수염색체로부터 여성은 XX를, 남성은 XY(Y는 부계로부터)받는 것이기 때문에 성별은 결국 Y염색체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까지 무려 40년이 걸렸다니. 인간 염색체의 개수, 성염색체의 발견 모두 금방 이뤄진 것은 아니었더라.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의 장단점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들을 통해 이미 접한 내용이었다. 사이키스 교수는 개체단위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체의 자기희생적인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집단선택설과의 지리한 논쟁을 제임스 해밀턴 교수가 종결시켰다며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해밀턴 교수가 '유전자의 생존' 관점에서 유전자가 진화의 진정한 엔진임을 학문적으로 밝힌 위대한 학자라고 찬양하고, <이기적인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그저 열정적인 전파자라고 딱 한 줄로 소개한 걸 보니 사이키스 교수는 도킨스가 유전자 선택론의 선지자처럼 찬양받는 지금의 세태가 꽤나 못마땅한 듯 싶더라.

 

책의 두 번째 파트는 '왜 하필 성은 두개인가?'라는 지극히 당연해보이는 현상에 대한 훌륭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재조합의 환희를 누리는 세포핵 유전자의 DNA와 난자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 상반된 이해관계때문에 미토콘드리아와 Y염색체와의 양자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성선택으로 인한 인간 진화의 역사 부분도 다른 책에서 접해본 내용이었다. 그러다보니 학자들이 어떻게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방법을 찾아내는지 고민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학자들이 어떻게 모든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원했다고 인정하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뭐 결론은 나같은 현존하는 남성들은 테스토스테론이 호전성, 정복욕, 난교, 부계 계승를 통해 성공적으로 번식해온 Y염색체의 유전자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의 나머지 1/3 부분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가설인데 거시적으로 보면 남녀의 대립은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간의 번식경쟁의 대리전이라는 게 사이키스 교수의 판단이다. 이러한 양자간의 번식경쟁의 전략 전술을 추적해가는 사이키스 교수의 가설과 논증은 매우 흥미롭지만 짧게 요약해서 옮길 경우 오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나는 똑똑한 사람의 사고전개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사이키스 교수가 왜 장기적으로 남자의 멸종을 예측하고 있고, 이에 대비해서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는 섣부른 요약으로 이 책을 읽을 분들의 즐거움을 뺏지 않기 위해 언급하지 않겠다. ㅎㅎ

 

----------------------------------

 

122쪽

 

성과 작별한 종은 병원균과 기생충의 공격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병원균과 기생충도 세대마다 무기와 방어 장벽을 바꾸면서 진화한다. 또 그것들은 숙주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기회만 생기면 정말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기생충이 숙주의 방어 장벽을 돌파할 방법만 찾아내면 침입은 가공할 속도로 이루어진다.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대부분의 동식물이 유성생식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로 제시합니다.)


127쪽

 

미토콘드리아는 광합성에서 나온 유독 산소를 먹이의 유용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박테리아로부터 진화했다. (중략) 무산소 물질대사에서 유산소 물질대사로 전환하면서 같은 먹이에서 에너지를 10배 더 뽑아낼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의 조상과 세포핵을 가진 세포가 결합하자 곧바로 유망한 공생관계가 성립되었다.

 

155쪽

 

미토콘드리아에는 DNA 염기가 1만 6.500여개가 있는 반면에 Y염색체 한 개에 들어 있는 DNA 염기는 대략 6,000만 개이다.

 

315쪽

 

남자가 하루에 생산하는 튼튼한 정자의 수는 덩치가 한 줌도 안 되는 햄스터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324쪽

 

돌연변이는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가 복제될 때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세포분열이 많이 일어날수록 DNA도 더 많은 돌연변이를 겪게 된다. (중략) 고환 속 세포의 중노동이 얼마나 심한가 하면, 환갑 넘은 노인의 DNA도 활동 준비를 마친 정자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1천 번의 복제를 거친다.
이것을 난자의 평온함과 비교해보자. 여성의 난세포는 나이와 무관하게 24번의 분할을 거쳐 배란되기 때문에 난자 속의 DNA는 24번만 복제된 뒤 다음 세대로 옮겨간다. 난세포 분열은 모두 출산 몇달 전 태아 안에서 이루어진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