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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민중에서 시민으로(2009)

독서일기/한국정치

by 태즈매니언 2014. 1. 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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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붙은 이 책은

돌베개에서 내고 있는 석학인문강좌 시리즈 중에 최장집 교수님(3년전에 정년퇴직하셨지만)이

여섯 차례의 강의 내용을 모아 펴낸 책이다.

 

우리 사회과학계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게 참 다행이다.

노후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계속 책 써주셨으면 좋겠다.

 

 

제1장 민주주의와 갈등

 

이 장은 갈등은 민주주의의 정치사회적 기반이라는 '갈등론'의 입장에서 갈등을 없애려는 우리사회의 풍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갈등을 협소한 정당간 경쟁의 동력으로 활용하자는...요약하면 정말 흔한 내용인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문제이니 한번 다지고 간 게 좋은 소득인듯. 보편적 균열이 존재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있으면 부채질이라도 해야한다.

 

제2장 국가와 시민사회

 

이 장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계속 강조했던 동원과 운동이 아닌 지속가능한 참여자로서의 시민을 이야기하면서 권위주의 체제의 고삐에서 풀려나서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지대추구행위에 바쁜 다양한 사적 이익결사체들의 종횡무진. 자유주의의 기초로서의 진정한 개인주의가 아직도 실현안된 상황 등등을 이야기 하셨다.

 

제3장 사회적 시민권

 

가장 뼈아프게 본 부분이다. 신자유주의를 속수무책으로 수용하고 말았던 진보정권 10년의 실책과 그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 이미 노조 가입률이 10%에 턱걸이 하는 정도로 떨어졌고, 사회적 시민권으로서 노동권이 인정받기가 점점 더 요원해져가는 현실에 권력구조의 영역에서 이뤄진 절차적 민주주의 성과들을 내가 너무 크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제4장 운동론과 민주주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 말슴하신 내용들을 간략하게 축약한 듯한 부분

 

제5장 광주항쟁의 세 가지 의미

 

아무래도 내가 호남사람이다보니 읽으면서 고마웠던 부분이었다. 내 자신도 그렇게까지 크게 생각못했었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이 주제를 가지고 광주항쟁의 의미를 내게 새롭게 와닿게 해주셨다.  정당의 저발전에 대해서 항상 개탄해하시던 분이었기에 호남지역의 민주당 토호들에 대한 따끔한 한마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은 많이 너그러우신듯.

 

제6장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

 

이 책의 주제이자 사회에 던지는 하고싶은 말씀인듯. 굳이 낙관적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잘못되었더라도 익숙한 길로 가기가 쉽고, 그걸 고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노력해야만 사회가 바뀔텐데 비정규직 천만에 청년백수, 산업구조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앞날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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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p

 

한국사회의 지적 전통에서 칸트가 서구 자유주의 사상의 핵심으로서 간결하게 표명한 자율적 개인, 즉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약받거나 방해받지 않는 개인'에 대한 관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개인은 국가라는 역사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하며, 공적 영역은 물론 사적 영역에서조차 자신의 사적 이익에 선행해서 국가 이익, 국가 목표의 실현을 도덕적 의무로 생각하는 관념이 강한 지적 문화적 전통으로 남아있다. 이와 같은 전통에 비추어 본다면 '국가에 반하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은 상당히 애매하고 취약하다.

 

125p

 

샤츠 슈나이더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인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는 얼마나 기여했는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는 사회경제적인 삶의 현실에 대해 자족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221p

 

광주항쟁은 5공 군부 정권의 집권 7년이 지난 뒤의 '지체된 민주화'로 이어졌지만, 그것이 미친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지금 우리는 1987년 6.29선언 직전 전두환 정부가 군사력 동원을 진지하게 고려했고,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반대가 아니었더라면 현실화될 가능성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때 군사력 동원이 가져올 결과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이 광주항쟁이었다. 군사력 동원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유혈사태를 초래하고, 그 결과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비용을 요구하는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의 조건에서 그 경우 1980년 광주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저항과 희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7년전의 광주는 전두환 정부의 결정을 어렵게 하고 미국의 개입을 가능케 했던,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제약조건으로 작용했다.

 

 

244p

 

그동안 민중의 지지에 힘입어 선거에서 승리한 개혁파 정부들은 왜 민중의 생활 향상, 노동과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기보다 성장의 양적 지표 달성에만 전념하는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슈가 집단적 정치 행위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설정될 때, 그것은 공허하고 상투화되는 수사로 전락하고 만다.

 

246p

 

거대담론은 대규모 군중 동원의 경험을 가졌던 민주화운동의 일정한 유산이자, 다시 한번 대규모 대중 동원의 꿈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정치의 중심 이슈로 두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87p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민주주의의 제도화된 정치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힘을 조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뚜렷한 가치 지향과 정책 목표를 갖되 그것을 실현 가능한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정당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당장의 국면에서 집권 보수 정부에 대한 대중적 열정을 동원하고 또다시 운동에 나서자고 하는 것만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개혁파 내지 진보파들이 싸워야 할 것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있지 모든 잘못과 책임을 외부화하면서 자신들이 남긴 '과거의 실패'를 망각하는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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