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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노정태 역]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2012)

독서일기/한국정치

by 태즈매니언 2017. 11. 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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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인 2002년에 한국을 찾아서 당시 월드컵 열풍이었던 이 나라에 매료되었던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지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다니엘 튜더. 그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할만한 책이 너무 없다고 푸념하다가 직접 쓰기로 마음 먹고 2012년에 출판한 <Korea : The Miracle Country>를 번역한 책이다. 한국맥주가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고 했다가 이태원에 수제맥주가게 <더 부스>를 공동창업한 사람답다. ㅎㅎ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감동적으로 잘 요약한 것처럼 세계 최극빈국이 반세기만에 경제대국이자 명실상부한 민주주의를 달성한 경우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으니 잘 지은 제목이고, 번역판 제목도 마음에 든다. 다니엘 튜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감이 되면 유연성을 발휘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목표를 정해 집중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국인들의 성취에 감탄하면서 과도한 경쟁문화와 체면의식때문에 불행해지는 한국인들에게 행복과 만족의 가치를 권하고 있다. 

번역할 때 수정 좀 하지 싶을 정도로 틀린 이야기도 몇 곳 있었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보니 별 흥미가 안생기는 부분도 있긴 하다. 워낙 변화속도가 빠르기로는 손꼽히는 나라다보니 5년 전 분석도 이미 흘러간 이야기가 된 소재도 있고. 그래도 신중현을 찬탄하고 홍대 앞 뮤직 바 곱창전골을 알아보며, 홍대에서 활동하는 괜찮은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소개시켜주는 영국인 기자라니. ㅋ 

석기를 쪼개만들던 사냥꾼의 자식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누비며 일하는 뉴기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뭉친 인간집단이 반 세기만에 농업사회(아그라리아)에서 산업사회(인더스트리아)로 변모하고, 지금도 그 질주는 늦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앙 중 무속에 대한 분석이 특히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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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쪽

1964년, 한국의 은행에서 내준 대출액 중 40%가 고작 아홉 개 대기업에 몰렸다.

47쪽

주식시장에 등록된 50대 기업 중 재벌도 아니며, 전신이 공기업도 아닌 곳은 세 곳 정도다. NHN, 엔씨소프트, 그리고 신한은행. 

340쪽

무속이 한국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어쩌면 그 실용성과 유연성일지도 모른다. 특정한 계율도, 고정된 의식도, 권위적인 신들 사이의 위계질서도 없는 무속신앙은 실용주의의 안식처이자 촉진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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