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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조유미 역]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2017)

독서일기/생물학

by 태즈매니언 2017. 8. 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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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게 추천해주신 귀인이 어느 분이신지 기억이 안 나네요. 손바닥만한 문고판에 분량도 220페이지 밖에 안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간만에 완독했습니다. 요즘 읽다가 그만둔 책들이 몇 권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인데 말이죠

 

책을 많이 읽어도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은 어렵더군요. 그런데 이 책은 성에 눈을 뜬 청소년부터 성생활을 즐기는 연령대의 누구나가 흥미있어할 내용이라 선물하기도 괜찮은 책이구나 싶습니다.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봤으니 저부터 한 권 사야죠.

 

네덜란드의 학자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는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섹스라는 것이 왜 존재하고, 여러 동물들의 섹스와 비교할 때 인간의 섹스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진화생물학과 동물행동학의 성과들을 엄마가 딸에게 설명하듯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짧게 설명해주죠.

 

섹스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라 성교육 교재로 사용해도 좋아 보입니다. 칼럼모음 같아 보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 그리고 에필로그에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해서 문학적인 정취도 높았고요. 그녀가 쓴 첫 책이라는데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이런 좋은 책을 출판해준 눈 밝은 출판사도 훌륭합니다.

 

생물학자들은 섹스를 '두 생물체계가 유전 물질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네요.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적 재조합'이 없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과 같은 미생물들의 자기 복제(clone) 행위는 섹스라고 할 수 없는 거죠.

 

단세포 생물들의 자기 복제는 한 번 복사한 페이지를 계속 복사하면 결국 활자가 흐릿해져서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자기복제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암모니아, 높은 기온,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파괴된 DNA를 다른 박테리아의 DNA로 대체한 것이 최초의 섹스(유전자 교환행위)라고 합니다.섹스의 시작은 선크림이자 시체 뜯어먹기인 셈이죠.ㅎㅎ

 

클로닝 외에도 무성생식이 있지만 이러한 번식 방법은 주변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순식간에 절멸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섹스를 통한 번식은 그 엄청난 비용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축적된 돌연변이(복사기 비유)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계속해서 유전자 개선을 이룩해나가는 장점이 있죠.

 

여러 동물들의 페니스를 비교한 내용들도 재미있더군요. 저는 숫오리의 페니스가 그렇게 생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구글에 'duck penis'라고 검색해보시길.ㅋㅋ) 오리와 타조를 제외한 조류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페니스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교토 철학의 길에서 애를 쓰며 서로의 배설강을 맞대고 비비려던 비둘기 두 마리를 봤는데 새들의 섹스는 참 힘들어보였습니다.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를 선택함에 따라 발생하는 암수의 외모상의 차이점,동물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유전적 일부일처제'의 구분에 대한 내용도 인상깊더군요.

 

그리고 사람이 침팬지나 보노보 원숭이와 섹스를 통해 2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이는 말과 당나귀의 유전자 일치 정도라는데 둘사이에서 '노새'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과 원숭이 사이의 교배종이 탄생할 경우 이 존재에게 어떤 권리와 의무가 주어져야 할까요?

 

사랑의 기원이 온혈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라는 내용도 아주 인상깊은 부분이라 밑에서 길게 인용했습니다. 인간의 직립으로 인한 신체구조의 변화로 양육기 동안의 안정적인 파트너 관계 구축의 필요성은 그 다음 단계고요. 프란스 드 발의 연구내용이 언급이 많이 되는데 <침팬지 폴리틱스>도 같이 빌려왔으니 다음에 바로 볼 생각입니다.

 

어떤 동물들은 성적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성의 특징이 고정되어 있는데 왜 인간은 사람마다 그 조건이 다양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성취향의 가소성과 유연성에 대한 답이 있더군요. 태어나면서부터 그 조건이 정해져 있으면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라네요. 가뭄으로 굶주리는 시기에도 모든 남자가 엉덩이가 큰 여성만 원했으면 인류는 이미 절멸했겠죠. ㅋㅋ

 

인간은 동물이라고 놓고 생각했을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제 생각을 강화해주는가볍고 알찬 읽을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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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자연은 한편으로는 양을, 다른 한편으로는 질을 원한다. 이는 모순이다.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바로 그 때문에 분업이 생겼다고 한다. 한쪽 세포에서는 대량 생산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제품 향상에 힘쓴다. 이것이 바로 정자와 난자의 차이점인 것이다.

 

65쪽

 

여러 원숭이들의 페니스 크기를 비교한 결과,암컷의 파트너 교체가 심한 경우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일부종사하는 암컷을 가진 수컷의 성 기관은 비교적 작은 막대에 지나지 않았다. 페니스가 큰 것은 암컷을 오르가즘에 오르게 해서 수정의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페니스의 크기는 성도덕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111쪽

 

바다환경에 익숙했던 동물들에게 육지의 건조함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물 속에서 교환되곤 했던 정자와 난자는 공기와 접하자마자 말라 죽었다. 그리하여 성세포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진 동물들만이 육지에서 멸종하지 않고 번식할 수 있었다.

 

178쪽

 

램퍼트에 따르면 온혈은 사랑의 진화 단계 중 첫 단계가 된다. 왜냐하면 냉혈동물과 변온 동물은 태양의 온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피를 가진 동물들은 태양으로부터 독립적이어서 춥고 어두운 장소에서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혈의 단점이라면 주변 기온을 웃도는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하여 몸 안의 엔진을 계속 가동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로운 열량, 즉 식량이 필요하다. 어린 온혈 동물들은 충분한 식량을 스스로 조달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지구상의 온혈 동물이나 정온 동물은 -새와 포유류는-새끼를 양육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냉혈 동물새끼는 식량도 조금만 필요해서 부모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다고 한다.

 

185쪽

 

혼자서 부모노릇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녀의 생존율이 자꾸 떨어질 때 우리의 조상들은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삶의 불공정함을 같이 나누어 지고 같이 부모 노릇이라는 모험에 뛰어들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이 때 남자와 여자를 연결해준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

 

196쪽

 

사람도 부인이

 출산하기 3주 전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가 20%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출산 때에는 남편의 테스테스테론 수치가 30%가량 떨어져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띠게 된다. 또한 옥시토신도 더 많이 분비되어서 뇌가 바소프레신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두 물질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촉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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