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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펜/박영준 역] 자전거의 즐거움(2010)

독서일기/자전거

by 태즈매니언 2017. 11. 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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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의 경력 36년(지금은 40년이 넘었을듯)의 자전거 여행가이자 변호사 출신 작가 로버트 펜은 남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최고의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인터뷰하며, 자기가 쓸 부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했다.

2년에 걸친 이 자신의 신체와 취향에 딱 맞는 3,600파운드 짜리(500만원이 약간 넘는다.) 자전거 제작 여정을 통해서 로버트 펜은 자전거라는 탈 것의 역사와 지금처럼 인간동력을 이용해 지극히 효율적이고 안전한 공학의 산물이 되기까지 개선의 역사를 잘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다.

난 이미 소수 취향의 브롬톤에 만족했고, 손재주가 없어 정비는 무조건 자전거샾에 맡기고 있다. 게다가 로드사이클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어서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프레임부터 짜고 하나하나 부품을 갖춰 나갈 정도로 자전거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넘치는 저자의 설명 중에 이해 못하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자전거의 역사를 재차 공부하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데이비드 헐리히의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 것>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자전거에 대한 책이었다.

영국 최고의 프레임빌더가 만든 프레임, 미국 오리건주의 자전거 천국 포틀랜드의 의료기기 제조 엔지니어가 만든 정밀한 헤드셋, 디자인 감성까지 최고인 로드 사이클의 강국 이탈리아산 드롭 바와 구동계세트, 자동차에 밀려 퇴조하던 자전거를 레저 수단으로 살려낸 미국 캘리포니아의 장인이 만든 수제 바퀴, 독일산 고급 타이어, 정밀 기계공업의 명가 스위스산 림, 역시 중세 시절부터 무기제조로 한가닥 날렸던 벨기에 산 강철 바퀴살, 현재도 팔리는 자전거 부품 중 가장 오래되었고 내 자전거에도 장착한 소가죽 안장까지.
(저자가 선택한 부품들이 궁금하시면 책을 찾아보셔요 ㅎㅎ)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도대체 그런 세계 최고의 자전거 부품들을 모으고 도색해서 완성한 완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영문판 표지도 업어왔다.

페달과 머드가드, 그리고 안전을 위해 중요한 전조등 및 후미등과 헬멧이 빠지긴 했지만 자전거를 이루는 주요한 부품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개선되어 왔는지 알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로버트 펜이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부품들을 선호하다보니 공장제로 만드는 아시아 제조사들의 부품이 하나도 없는 점은 아쉽지만 세이프티 자전거의 발상지인 영국 출신이니 그 정도는 한 수 접어주는 수밖에.

1885년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었던 현대식 자전거의 원형인 세이프티 자전거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Rover社가 이후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Mini의 제조사이기도 한 점. 1817년 독일의 괴짜 귀족 카를 폰 드라이스 드 자우어브론이 자전거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는 드라이지네(용산역 LS타워에 가시면 실물 모형이 있습니다.)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여름이 없었던 해'에 농부들이 말먹이가 없어 키우던 말을 쏘아죽이던 상황에서 고안된 발명품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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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90년대 미 특허국에 등록된 특허 건의 3분의 1이 자전거와 관련된 것이었다. 실제로 워싱턴 D.C.에는 자전거에 관한 특허 업무만 담당하던 건물도 있었다.

93쪽

자전거 균형의 기본은 핸들바를 자전거가 기우는 방향으로 돌리고, 무게중심을 뒤로 두어 자전거를 지탱함으로써 평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110쪽

직원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 중 하나가 음식입니다. 만일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일하러 나오면, 그 사람에게는 구내식당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줍니다. 또 다른 방법은 자전거 출퇴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겁니다. 만일 직원 한 명이 5월 한 달 내내 자전거로 출퇴근 했다면 이틀의 유급휴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요.

147쪽

생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근육은 순환적인 방식으로 기능했을 때, 그리고 일하는 시간보다 여섯 배 쉬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것은 혈액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보통의 자전거 페달과 크랭크가 장착된 자전거를 탈 때, 탑승자의 다리는 페다이 회전하는 360도 중에서 약 60도 정도 범위에서만 페달을 밟는다. 페달이 나머지 300도를 회전할 때 햄스트링, 사두근 등 다리의 주요 근육은 휴식을 취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이고 대체할 에너지를 가져온다.

따라서 페달 동작은 근육의 휴식과 일 사이의 최적 비율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자전거가 그토록 효율적인 이난 동력 기반의 운송 수단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189쪽

"나일론의 품질이 좋을수록, 또 인치당 스레드수(TPI)가 높을 수록 좋은 타이어입니다."

233쪽

영국 이민자 출신 미국인 토머스 스티븐스는 1884년 4월 22일, 검은색 에나메일을 칠한 50인치 '스탠더드' 하이휠러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마을 떠나 세계를 일주했다.

266쪽

브룩스는 1896년에 B17을 출시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줄곧 생산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이 모델이 현존하는 자전거 부품 중 가장 오래된 제품이 아닌가 싶다.

276쪽

안장에 사용되는 가죽은 영국과 아일랜드산 소가죽이며 벨기에의 제혁 공장을 거쳐 납품됩다. "가죽 두께는 5.5~6밀리미터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수명도 오래 갑니다. 어깨뼈부터 엉덩이 부위까지의 가죽에서만 그 정도 두께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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