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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올해의 책 선정

독서일기/올해의 책들

by 태즈매니언 2018. 1. 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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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책들

지난 한 해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책들을 꼽아봅니다. 선택한 책 목록은 아래처럼 픽션 6편, 논픽션 12권이군요. 나오는 차례는 읽었던 날짜 순서일 뿐입니다.

<픽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2011)
고발(반디,1995)
시핑뉴스(애니 프루,1993)
금수(미야모토 테루,1982)
나는 귀머거리다(라일라,2017)
차일드 44(톰 롭 스미스,2008)

<논픽션>

사형수 오휘웅이야기(조갑제,1987)
소모되는 남자(로이 바우마이스터,2010)
가치관의 탄생(이언 모리스,2015)
부동산과 시장경제(서승환, 2006)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신상목,2017)
전쟁, 총, 투표(폴 콜리어,2009)
핵 벼랑을 걷다(윌리엄 페리,2015)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1998)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2016)
시장 대 국가(대니얼 예긴-조셉 스태니슬로,1999)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제임스 피어슨-다니엘 튜더,2015)
더 박스 개정증보판(마크 레빈슨,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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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올해의 책 : 시장 대 국가(대니얼 예긴-조셉 스태니슬로, 1999)

원제는 <The Commanding Heights: The Battle for the World Economy>. 올해 읽었던 최고의 벽돌책. 1999년에 출판된 책이라 거의 20년 전까지만 다루고 있지만 그 후의 역사적 흐름도 예긴이 통찰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의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도 정말 이런 말 하기 내키지 않는다. 요즘이 나처럼 공공기관에서 법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행세하기 딱 좋은 상황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훌륭함을 인정하기에 나같은 사람들은 빨리 뒷자리로 물러나고 기업인들에게 맡기며, 공공섹터의 역할도 축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올해의 책으로 추앙해줬으니 제발 개정증보판 좀 번역해주세요. ㅠ.ㅠ)

1. 일본에 대해

패배를 껴안고(존 다우어,1999). 존 다우어 교수의 책은 2000년도 퓰리처상 수상작입니다. 1945년 8월 15일부터 미군정이 일본 평화헌법이 제정되고 주권을 이양한 1952년 4월 28일까지 일본인들이 겪었던 일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일본인들의 심리상태를 전해주고 있죠. 특히 '천황제도와 전쟁책임, 헌법제정'의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이 헌법제정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사실상 미군정이 평화헌법 초안을 제정한 것이 삼장법사가 손오공에게 씌어준 '금고아'처럼 일본이 현대민주주의국가로서 성취했어야할 일부분을 아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준다고 읽었습니다. 이 책을 본 다음에 읽은 패트릭 스미스의 <일본의 재구성>은 좀 더 통시적으로 일본의 전후체제를 다루고 있는 역작이었고, 존 다우어 교수가 여러 번 인용했던 와타나베 기요시의 <산산조각 난 신>도 같이 보면 좋은 책입니다.

신상목 사장님이 올해 펴낸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는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한국인이 읽어야할 책입니다. 일본을 누구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지만, 역사적 피해의식과 한국의 허술한('잘못된'이 정확한 표현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사회경제사 교육때문에 일본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를 따져가며 그 누적된 편견의 탑의 기대석을 툭툭 건드려서 무너뜨리는 책이지요. 저처럼 에도시대의 경제,사회,문화사를 통해 학창시절 배웠던 일본사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해볼 기회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이 책을 보시고나서 요즘 항공요금도 저렴하고, 엔화 환율도 950원대니 일본 여행 몇 번 가보시고, <효게모노>같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원작 만화도 있음)을 보시면 좋죠.

2. 북한에 대해

북한에서 50년을 살아왔고, 지금도 가족들때문에 탈북하지 않고 북한에 살고 있는 조선작가동맹 소속인 익명의 북한 작가 '반디'가 남한으로 몰래 내보낸 원고들을 모아 펴낸 단편소설집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로 북한 주민들이 어떤 시기를 살아왔는지, 그 시절이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관념을 심어줬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이나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도 괜찮게 읽었지만 살고 있는 사람의 생생한 경험담이 주는 무게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고발>을 읽고 나서 한국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북한 기사를 많이 썼던 제임스 피어슨과 다니엘 튜더가 공저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봤더니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최근 현실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일성 사후로 약 25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기에 지구상 최고의 스탈린주의 국가가 통제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했는지 그 처음과 끝을 보시지요.

3. 동물의 지성에 대해

(비록 절판된 책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들만 10권이 넘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 중인 영장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 프란스 드 발. 동물행동학 관점의 책들은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나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의 <영장류게임>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네덜란드 아넴 동물원 내 10만 제곱미터 넓이의 사육장 내에서 살아가는 스무 마리 남짓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한 이 책은 정치는 인간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나마 침팬지야 인간하고 유전적으로 비슷하니 그럴법 하다고요? ㅎㅎ

프란스 드 발이 동물인지학 분야를 개척해서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보시면 인지의 진화는 큰 산맥에 봉우리들이 곳곳에 널려있는 것처럼 각 종마다 자신의 생태에 맞게 인지능력도 전문화되었으므로 인간의 척도로 비교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공감의 시대>는 이 두 책의 부연 같아서 읽다 말았네요.

4. 소수자들에 대해

<나는 귀머거리다>는 청각장애인인 작가 라일라가 대한민국에서 청각장애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담담하게 옮긴 200회 분량 네이버 웹툰으로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59934&weekday=) 작품성으로만 보면 올해 본 <송곳>, <테르마에 로마에>나 <효게모노>에 비할 수는 없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사는 세계를 전화기 위해 직접 그림을 배워가며 꾸준히 연재해온 저자에게 감동받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유명한 애니 프루의 1993년 퓰리처상 수상작 <시핑 뉴스>는 번역을 보완한 개정판으로 봤는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를 장편으로 늘려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을 때 한참 전에 대구어장도 황폐화된 뉴펀들랜드의 궁벽한 항구도시에서의 삶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읽었네요.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44>는 스릴러로도 괜찮았지만 <젊은 스탈린>과 <스탈린 강철권력>을 읽고서 스탈린이라는 지도자에 감탄만 하고 있던 제게 스탈린이 만들어낸 국가 속에서 살았던 이들의 생활이 어땠는지 깨닫게 해줬습니다.
왕년의 민완기자 조갑제 선생님의 <사형수 오휘웅이야기>는 법학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러 분들이 필독서로 추천해주셨는데 올해야 봤네요. 형사사법제도와 사형제에 대해서는 고담준론들보다 이 책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소모되는 남자>는 논란이 될만한 책이고, 과연 남자들이 소수자들인지 당연히 의구심이 들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페미니즘 서적을 세 권쯤 보셨다면 이 책도 한 번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싶어 권해봅니다.

5. 소설의 아름다움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한 번 읽자마자 곧바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정독했던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좀 더 꼼꼼히 정독했더라면 더 감동하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가 되네요. 영화로도 나왔다던데 못봤습니다. 이 책을 보실 분들은 당연히 영화보다 먼저 이 책을 보셔야할 겁니다.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는 무려 1982년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참 늦게 소개가 되었더군요. 하지만 늦게 소개가 된 덕분에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기대하기 힘든 서간체 소설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소설은 나오기 힘들겠다 싶어 좀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네요.

6. 알아가는 즐거움

소제목은 있어보이는 척 했지만 그냥 나머지 책들입니다. ㅎㅎ

<가치관의 탄생>의 주제는 간단하게 요약됩니다. 이언 모리스는 인간 가치관의 변화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고, 그 각각을 수렵채집사회(Foragers), 농경사회(Farmers), 화석연료 사회(Fossil Fuels)와 연결하죠. 그는 에너지 획득 방식이 인구 규모와 밀도를 결정했고, 이것이 특정 사회 체제에 상대적 유용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다시 이것이 특정 가치관에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주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가치관도 유전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환경과 부단히 상호작용하며 변한다고 보는 것이죠. 올해의 책으로 꼽을까 고민했던 책입니다.

<부동산과 시장경제>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장관이셨던 서승환 전 장관님이 2006년에 쓰신 문고판 사이즈의 125쪽짜리 책인데 결코 가볍게 넘길 책이 아닙니다.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다시 맡아주셨으면 싶네요.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분이 대가라는 호칭을 들을 분이죠.

폴 콜리어 교수의 <전쟁, 총, 투표>는 <빈곤의 경제학> 다음으로 읽었는데 50여 개의 밑바닥 국가들의 실패원인을 크게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작은 나라의 나쁜 통치의 덫'의 네 범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력도 많이 했지만 운이 좋았던 성공한 나라사람이라면 이런 운없는 나라의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황당해보이는 외신보도로 단편적으로 접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소국들이 왜 그렇게 막장인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핵 벼랑을 걷다>는 현재 살아있는 인류 중에서 핵무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경험을 쌓았을 윌리엄 J. 페리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입니다. 정치인인줄 알았는데 공학도 출신 기술관료에 방위산업회사 CEO 경력도 있는 분이더군요. 휴전선 이남에 있는 어느 한국인도 상황을 바꿔볼 수 없는 질곡이 되어버렸고, 앞으로 핵을 가진 북한 삼대세습정권과 마주보고 살아야하는 한국인들에게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핵무기에 대해 쓴 책이 절실하겠죠.

마크 레빈슨의 <더 박스>는 개정증보판으로 봤습니다. 의외로 컨테이너화의 효과에 대한 내용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현대 물류의 총아인 컨테이너화가 생각보다 몇십년 안된 것이더군요. 제조업종의 수출기율과 세계적인 조선업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타이밍 좋게 컨테이너 시스템의 보급의 덕을 참 많이 봤더군요. 한국은 참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ㅋㅋ 제가 회사다닐 때 공항화물터미널에서 항공물류 업무를 잠깐 했었는데 컨테이너화가 이뤄지기 전의 선적 및 하역시스템을 유사하게 체험해보다보니 컨테이너 시스템의 완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더 감탄했습니다. 컨테이너화가 준 저렴한 물류비용의 혜택은 이미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져서 이중내륙국같은 불쌍한 국가들의 물류비용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고마워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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