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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씨 편집팀] 건축재료처방전 GARM 03 콘크리트(2017)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8. 3.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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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재료 처방전 GARM 시리즈의 03 콘크리트입니다.

제가 새마을 운동 때 면사무소에서 나눠준 시멘트 부대 가지고 동네 신작로나 공동 빨래터를 단장하던 세대도 아니고, 양생 중인 시멘트 바닥에 신발자국 찍는 못된 장난 밖에 안해본 제가 도대체 콘크리트에 대한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ㅎㅎ

 

하지만 뭄바이에서 장대한 해상교량을 짓고 계시는 아그건 작가님을 통해 그냥 공식같은 배합비대로 섞어서 거푸집에 타설하고 양생만 기다리면 끝인 줄 알았던 콘크리트가 무척 복잡하고 섬세한 건축재료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덕분에 흥미로웠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스나 자하 하디드의 DDP를 밖에서 봤을 때는 별다른 인상을 못 받았다가 내부를 거닐며 노출 콘크리트로 구현한 비정형의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요.

콘크리트공작소 한상우 대표님과 심영규 편집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후, 도심 주택지의 비좁은 공간 문제, 혼화재와 혼화제의 유해성 문제, 주는대로 받아써야 하는 레미콘 공급자의 문제 등 일본의 노출 콘크리트에 비해 시공품질을 제약하는 여러 요인들에 대한 고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북유럽에 목조주택이 많은 이유가 석회석이 없기에 레미콘(ready-mixed concrete) 회사가 없어서라니. 다른 지하자원은 별로 없지만 석회석은 풍부하게 매장되어서 다행이네요. ㅎㅎㅎ 아그건 작가님에 따르면 레미콘은 배합 후 90분(동절기는 120분)을 지나면 굳기 시작해서 현장 타설작업이 어려워지고 강도도 문제가 떨어진다는데 말이죠.

 

설립 이래 14년 동안 거의 모든 건물의 외장재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셨다는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대표님의 인터뷰에 문외한에게도 대가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는 귀한 말씀들이 많았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UHPC라는 재료를 프리캐스트방식으로 조립해서 만든 삼성동 하나은행 별관 건물이라는데 콘크리트로 이런 건축(리모델링)도 가능하다니 신기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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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원래 콘크리트는 편의상 28일에서의 강도를 품질관리의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그렇기에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콘크리트가 더이상 철근의 부식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에 끝난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이 반응하여 생성된 수산화칼슘이 강알칼리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철근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산화칼슘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만나면 중성화 과정을 거쳐 탄산칼슘이 되고, 더 이상 철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콘크리트가 보호하는 두께, 즉 피복두께가 모두 중성화가 되면 외관상으로는 철근이 콘크리트 속에 보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본격적인 부식이 시작되고 부식이 되는 만큼 철근의 단면적이 팽창하여 균열을 유발한다. 결국 실질적으로 인장력을 담당하는 유효단면적은 감소되어 충분히 하중에 저항

하지 못하게 된다.

 

37쪽

 

구조체가 되면서 바로 마감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콘크리트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83쪽 - 곽희수

 

노출콘크리트의 미학적 가치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구축되고 공사 후 사라지는 거푸집에 있다. 그래서 콘크리트는 '철과 목재(합판)로 짜인 거푸집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거푸집을 탈형할 때 현장의 광격은 나비가 누에고치를 탈피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중략)
실재하는 건축과 그것을 구축하기 위한 건축, 이 둘 사이의 관계를 풀어내면서 두 개의 건축을 완성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콘크리트를 탐구하고 있다.

콘크리트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적어도 다음 세대의 건축가는 재료에 대한 자료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양한 이유에서 다른 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가의 짧은 생애를 고려한다면 하나의 재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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