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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던버 외 2인/이달리 역] 사회성(2014)

독서일기/심리뇌과학

by 태즈매니언 2018. 8. 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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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inking Big: How the Evolution of Social Life Shaped the Human Mind>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웅진씽크빅'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보니 <사회성>으로 바꾼듯 싶다. 영국과학원 100주년 기념 공모결과 선정된 연구프로젝트의 결과를 정리한 책인데 세 명의 공저자 중에 두 고고학자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보니 아무래도 로빈 던바의 책처럼 느껴진다. 세 저자들이 붙인 제목은 <루시에서 언어까지:사회적 뇌의 고고학>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장을 내가 이해한 바에 따라 다음의 한 문장으로 정리해본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들은 사회집단의 크기에 따른 인지적 한계(인지부하)가 존재하는데, 이를 감내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뇌용적(더 큰 안와전두피질)과 에너지 획득에 유리한 신체구조를 가진 개체와, 그루밍(grooming)을 위한 충분한 사회관계망 유지 시간을 확보하고 전파성을 높은 방법을 고안하여 인지부하를 해소해온 집단이 성공해왔으며, 그 진화의 과정에서 지금처럼 번성한 것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이다.


(아마도) 던바는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이 다른 유인원 친척들과 차별화된 생태지위를 구축한 결정적 기술 세 가지로 주먹도끼, 불, 그리고 언어를 꼽고 있다. 


어찌 생각해보면 '주먹도끼'는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도구의 원형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을, 보컬그루밍인 '언어'와 다른 감각들을 사용하는 그루밍은 서비스업, '불'은 인류의 에너지획득시간과 범위, 익혀먹기를 통한 에너지흡수율의 극적인 증대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광의의 에너지산업(전력, 석유, 가스, 농업 및 식품업) 등 21세기까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게 아닐까?


던바는 이러한 세 결정적인 요소로 인해 발생한 영장류 사회 세계와의 규모의 차이와 생존을 위한 인구 증가에서 발생한 도전의 차이가 기술 발달을 불러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술발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구성하고자하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유발 하라리가 현란한 인용으로 풀어놓는 <사피엔스>의 내용 중에서 인류가 어떻게 다른 유인원들과 다른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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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쪽


절대적 일부일처제는 진화상 막다른 골목이다. 일부일처제는 적어도 종의 사회 체계에 관한 한 종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게 진화적 성공으로 이어진 길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일부일처제의 호미닌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지난 200만 년 동안 끈질기게 괴롭힌 지속적 기후 변화 조건 하에서 그런 일부일처 실험들이 재빠르게 멸종을 불러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181쪽


그 어떤 도구라도 필연적으로 개념이 들어가는데, 이런 개념이라는 아이디어는 우리의 모든 의사소통과 사회 관계망의 중심에 놓여 있다. 만약 도구를 그것의 구성 특질이 연결된 고리 같은 것이라 간주할 수 있다면, 도구는 이런 특징이 구현된 작은 세계다. 우리의 접촉 네트워크가 사회 생존을 위한 도구로서 좀 더 확장된 관계망이듯이 말이다. 


225쪽


불은 효율성을 이유로 노동을 분업하고, 포식자로부터 보호와 보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음식의 열량 수익을 개선한다. 불은 우리의 일상을 재구조화하여 사회적 뇌 성장에 불을 당겼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인용하는 리처드 랭엄의 <Catching Fire>도 추천한다. '요리본능'이라는 웃긴 번역판 제목 빼고 다 훌륭하다.)


235쪽


보컬 그루미으이 커다란 장점은 상호작용의 촉진에 있다. 보컬 그루밍은 촉감과 그런 그루밍에 의해 촉발되는 진정제 보상 효과로부터 탈피하게 한다. 개인은 청각적으로 도움을 받으면서, 사회 관계망의 가장 친밀한 이들을 위해서만 손끝 그루밍을 아껴 두고, 음성적으로 듣는 이를 그루밍할 수 있다. 또, 기본적인 보컬 그루밍은 노래 부르기와 chanting을 통한 세밀한 확장이 가능한데, 그것은 의식, 춤, 음악, 제작, 웃음과 울음을 포함한 집단 활동으로 뒷받침한다.


267쪽


샤머니즘과 같은 종교 의식에는 대단히 훌륭한 치료 효능이 있다. 대체로 종교 의식이 춤추기와 엔도르핀의 극적 분출을 수반하는 이유에서다. 이런 종류의 무아지경 댄스는 집단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한 악감을 공동체 차원에서 정화하고자 종종 노골적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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