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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밴스/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2016)

독서일기/미국

by 태즈매니언 2018. 8. 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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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지 벌써 이 년이 지났구나. J, D. 밴스가 토로하는 경험담을 트럼프의 당선과 엮는 목소리들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손이 안갔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저자가 1984년생이라고 하니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나이다.

나도 면단위 농촌 마을 출신이긴 한데 새마을 운동의 세례를 받은 전남 보성 농촌마을의 문화와 밴스가 살았던 오하이오와 켄터키, 러스트 벨트지역의 문화가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물론 가정환경으로 가면 차이는 더 현격하고.

288쪽에서 인용한 것처럼 해병대 복무 경험이 J. D. 밴스에게 미친 영향도 인상깊었다. 내 주변의 남자들은 대부분 사병으로 복무한 2년 남짓의 기간들을 아까워한다. 하지만 얘가 나중에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가나 싶을 정도로 걱정되던 후임들도 군생활을 통해 기본적인 사회생활 스킬을 습득했던 모습은 내 눈으로 봤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군대가 유일한 사회화 기관인 이들도 그만큼 많다.

회사가 일종의 군대처럼 업무시간 이외에도 직원들을 훈육하고 간섭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만들어온 한국의 조직문화가 빠른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J. D. 밴스가 예일대 로스쿨로 진학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마도 호소력있는 에세이 덕분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 로스쿨에서도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5~10%의 입학생을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특별정원으로 별도로 책정해서 뽑고 있다. 게다가 학비는 전액 무료고. 그래서 차라리 집이 아예 어려우면 로스쿨이 인문계에서는 그 어떤 공부보다 돈이 안들어간다고 추천해주고 싶다.

입학서류와 면접 전형을 통해 J. D. 밴스와 같은 사정이 있다면 이를 드러낼 기회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최근들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정도로 떨어져버린 상황에서 아무래도 선행학습 수준이나 3년 간의 학업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압박이 강해질듯 싶다.

과연 우리나라 로스쿨의 입학사정 담당 교수님들이 J. D. 밴스와 같은 성장배경을 가진 이들을 원래는 그럭저럭 살다가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집안의 학생들보다 먼저 뽑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젊은 나이에 회고록을 냈다는 것도 그렇고 성장 드라마가 뭔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하고 비슷한데 J. D. 밴스가 로클럭이 아닌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는 걸 보면 나중에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같은 정치인으로 출사표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

철저하게 가정의 중요성을 믿는 자, 어릴적 비정통교단의 영향을 받아 믿음을 의심했다가 다시 교회로 돌아온 자. (비록 전투에 참여는 안했지만) 해병대를 나와서 어른이 된 제대군인, 예일대 로스을 나온 쿨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한 명의 배우자와 해로하는 행복한 배우자, 기업 경력자라는 타이틀까지. TED 영상은 안봤지만 대중연설까지 잘하면 이렇게 10년만 더 지나면 공화당의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후보로 추대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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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쪽

엄마는 평생 수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내가 글자를 알기도 전에 나를 도서관에 데려가 도서 대출 카드를 만들어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며 언제든지 어린이 책을 집으로 빌려올 수 있게끔 해줬다.

211쪽

가난한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하는지, 그 원인을 찾는 회의 내내 공공기관의 책임만 언급하는 부분은 쉬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최근에 내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방황하는 아이들의 목자가 돼주길 바라지. 그런 애들 대부분이 늑대에게 길러진다는 현실을 툭 까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야."

234쪽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나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288쪽

민간 세계에서 부하직원은 업무 시간만 지나면 상사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해병 상관은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방을 깨끗하게 치웠는지, 머리를 단정하게 깎았는지, 제복을 다림질했는지까지 확인했다.
내가 인생의 첫 자동차를 구매하러 갈 때도 해병대에서는 선임을 딸려 보내 내가 사고 싶었던 BMW가 아니라 도요타나 혼다처럼 실용적인 차를 구매하도록 감독했다. 내가 곧장 자동차 대리점을 통해 21%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차를 구매하려고 하자, 보호자격이었던 선임은 버럭 화를 내며 내게 해군연방신용조합에 전화를 걸어 다시 대출 견적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시키는 대로 견적을 받아보니 이자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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