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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일구나스/구계원 역] 봉고차 월든(2013)

독서일기/미국

by 태즈매니언 2017. 5. 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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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Walden on Wheels: On the Open Road from Debt to Freedom>. 목차에 책 내용을 이렇게 잘 담으면서 유쾌한 책도 있네요. 

예를 들어 첫번째 장의 제목은 <1부 채무자 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문교양 학위를 가지고 3만 2000달러나 되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 했던 나의 노력>이고 챕터 1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의 하단에는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 2005년 4월, 빚:2만 7000달러, 계속 증가중' 이런 식입니다.

저도 꽤 많은 빚을 안고 있는지라 남의 일은 아닌데 빚을 갚기 위해서 숙식을 제공하는 허드레 일자리에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페이첵이 들어올 때마다 곧바로 대출금 상환을 하는 켄의 각오는 저와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단련한 정신적 근육이 거저 생긴 게 아님을 알면서도 부럽고 멋져 보이네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순부채를 지고 있으면 그게 바로 노예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래의 현금 흐름을 앞당겨서 누릴 수 있는 효용을 포기하지 못하고 한 푼이라도 더 대출받으려고 하는 저는 절대 돈을 모을 타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충량한 신민이죠 ㅋㅋ

봉고차에서 생활하며 대학원 과정을 마친 것도 부양 가족이 없고, 신체가 강건한 이십대 였기에 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같은 조건이었어도 학교에서의 사회화 압력(혹은 외로움)으로 곧바로 포기했겠죠. 이런 강렬한 개인의 사례를 보면서 개인주의가 확립된 사회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켄 일구나스가 학자금 상황을 위해 거쳤던 일자리 중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역의 복구를 위한 공공근로 일자리였던 <Gulf Coast Conservation Corps, GCCC>에서 만났던 미시시피 하층민 커뮤니티의 처참함(이게 과연 미국인가 싶었습니다.)이라니.

켄의 소울메이트인 명민한 청년 조시가 본인의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억지로 다녔던 일자리도 참... 육군 모병관은 양심적이다 싶었습니다. 어리숙한 고교 졸업생들에게 취업도 제대로 안되고 정규대학 학점 인정도 안되는 개방형 대학 학위를 하나 안겨주고 5~6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떠안겨야 월급을 받는 '입학사정관'의 생리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죠.(장학재단이 정부보증으로 한 학기에 등록금 전액에 생활비 대출 100만원까지 해주는 시대에 기안대가 입학사정관 채용해서 제대로 영업에 나서면...이보다 더 짭짤한 돈벌이도 많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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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얼마 안 되는 대출 상환금은 언제나 너무 보잘것 없이 느껴졌고,심지어 무슨 의미인가 싶기까지 했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에 물 한 컵 끼얹는 셈이었다.분노한 신을 달랜답시고 뼈밖에 남지 않은 볼품없는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그렇게 형편없는 조공물을 바치면 순종의 의미보다는 빚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져서 성난 빚이 이자와 함께 더욱 불어날까 두려웠다.

120쪽

사람은 한 때 소유한 것만 그리워할 수 있다.

182쪽

자연이라는 것은 안전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만 아름답다.

187쪽

우리에게는 필요가 필요하다. 우리는 밖으로 내보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볼 필요가 있다.

355쪽

불편함은 그에 익숙지 않았을 때만 불편하다.매일매일 똑같은 불편함을 경험하다보면 그것은 예상가능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그 불편한 일은 예전만큼 괴롭지 않게 된다.

388쪽

대학 교육은 사람이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결코 압류하거나 경매에 넘길 수 없는 몇 안 되는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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