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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양/장용원] 보통 사람들의 전쟁(2018)

독서일기/미국

by 태즈매니언 2020. 11. 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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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마존을 다녔던 한국계 미국인의 책을 보고나니 보통사람들이 의미있는 일자리를 갖고,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코비드19 사태 이전에 3%대 실업률을 유지하는 걸 보고 어쨌거나 신경제가 창출하는 일자리들이 꽤 되나보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처럼 그 숫자 뒤에 숨은 비경제활동인구는 급증하고 있었구나.

 

잡음이 남긴 했지만 조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 같다. 78세에 취임할 바이든 대통령이 일자리를 줄이는 기술혁신으로 인한 사회갈등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을까?

 

단편적인 기사를 읽고서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에 대해서 지나친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끊었는데, "저보고 미래주의자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제가 ‘현재주의자’라고 말합니다. 그냥 다른 정치인들이 과거에 갇혀 있는 것 뿐이에요."라는 앤드루 양의 일침이 맞는 게 아닌가 싶어 이 책을 보게 되었고, 다 읽고 나니 나도 동의하게 되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들이 너무 늙었다.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혁신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로 인해 경제적 안정을 누릴 기회를 잃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중산층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신경이 곤두서 있고 발버둥치는 이들의 불안함을 모르고, 그런 불안정이 터져 나오는 구멍들만 살피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사무 및 행정직, 소매업 영업 판매직, 요리 및 서빙 직원, 공장 노동자와 화물차 기사 일자리가 기술발전으로 현재 어떤 위기인지 앤드루 양처럼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비록 초반에 경선 포기를 선언했지만 미국에서는 앤드루 양처럼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국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IT와 수학에 밝은 70년대생 후보가 나왔는데, 2022년 한국 대선에 이런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누군가 출마선언을 하더라도 노무현 후보 옆의 천정배처럼 지지선언을 할 국회의원이 있을까?

 

이 책에서 제시된 앤드루 양의 주요정책들 중에서 성인에 대한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과 사회적 호혜행위에 사용한 시간기반 화폐제도인 타임뱅킹을 제외하고는 10%의 부가가치세 도입, 전국민 단일 건강보험, 육아휴직 보장, 교육부의 대학운영통제 등 한국은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에 이미 도입한 제도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월 120만원의 전국민 기본소득만 제공하면?)

 

수백 만, 수천 만 명의 보통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생활의 기본 수요 지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을 해야 하고 납세의무를 다 하는 게 아니라, 기본소득 또는 국민배당을 받아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권리로의 전환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뤄질까?

 

만약 이뤄지지 않으면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없다. 이를 피하고 싶다면 현재의 한국처럼 낙오자는 골방에서 자살하고, 삶이 힘겨운 사람들은 출산을 하지 않아 개체수를 급감시켜서 보통 사람들의 숫자를 빠른 속도로 줄이는 방법 외에 또 무슨 수단이 있을까?

 

하지만 앤드루 양의 주장 중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결국 그가 말한 인본주의적 자본주의가 사람은 아무렇게나 갈아서 없애도 상관없는 모래알처럼 여기는 중국이 지금처럼 빅데이터 수집 가공의 빗장을 풀고 AI와 자동화에서 몇 년의 격차를 벌리면, 미국이 과연 극한의 효율로 무장한 중국의 발전속도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고, 늙은 유럽처럼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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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쪽

 

자동화가 몰고 올 충격의 크기는 다음번 불황이 닥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76쪽

 

1970년에 인구 대비 연간 약 3.5%에 이르던 다른 주로의 이주비율이 2015년에는 약 1.6%로 떨어졌다. 지역적 불평등의 급증은 사람들이 이사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른 현상의 급증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193쪽

 

모든 부모는 매일 장애물와 한계를 넘어서며 자기 자식을 위해 가능한 최고의 기회를 추구한다. 그러니 이런 면에서 보면 모든 부모는 창업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5쪽

 

(미숙련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다 결국은 그 일자리마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사회적 강화도 아주 제한적이다. 바깥 세계가 점점 힘들고 적대적으로 될수록 가상세계로 빠져들려는 유인은 더 강해질 것이다. 게다가 가상세계로의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가 쓰이고 있다.

 

205쪽

 

미국에서 장애 급여를 받는 사람 수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수를 넘어섰다. 2013년 현재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한 25~54세 사이 주요 연령대 남성의 56.5%가 장애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J.D. 벤스는 오하이오 같은 지역에 공화당 지지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정부의 이런 무상 지원에 대한 분노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19쪽

 

의료 제도, 언론, 공립학교,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리는 우리 기관과 지도자들의 결점을 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시대에 진입했다. 신뢰는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 몫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투쟁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공통의 이익에 호소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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