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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김남주 역] 나를 보내지마(2005)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18. 9. 2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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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남아있는 나날>과 <파묻힌 거인>에 이어서 세 번째인데 작품마다 어쩜 이리 다른 스타일의 매력을 풍기는지. 여성과 남성의 심리 모두 잘 묘사해서 작가가 트랜스젠더나 바이섹슈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점은 세 작품에서 느꼈던 공통점이긴 하다.

그런데 이 <나를 보내지 마>는 감동을 받았던만큼 나중에 읽을 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이에 대해서 언급해서는 안되는 작품같다. 

망할 출판사가 책 뒷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스포일러를 하고 있으니 다 읽기 전까지 절대 책을 엎어놓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길!!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어떠한 책소개나 독후감도 찾아보지 말고 읽기를 권한다. 

중반부터 종반부까지를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체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 떠올랐다. 막상 그 소설을 읽을 때는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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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쪽


얽히고 설킨 혼란 가운데 커다란 피로감, 일종의 무력감 같은 것이 엄습했던 것이 기억난다. 마치 머리에서 기운이 완전히 빠져 버린 순간에 풀어야 할 수학 문제가 주어진 것 같았다. 어디엔가 먼 곳에 답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힘을 내 거기를 향해 걸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안에서 뭔가가 나를 포기시켰다. 어떤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좋아, 그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게 내버려 두자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 하자고. 그렇게 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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