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샨사/이상해 역] 바둑두는 여자(2001)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3. 5. 23:46

본문

어차피 책으로 지식을 아무리 퍼부어도 내 소화력이 못따라주니 소설과 비소설을 반절씩 읽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긴 한

어차피 책으로 지식을 아무리 퍼부어도 내 소화력이 못따라주니 소설과 비소설을 반절씩 읽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좋은 소설을 고르는 안목이 없다보니 내가 직접 고르면 싫증이 나서 덮어버리거나 꽝일 때가 많아서 문제지.

 

샨사의 <바둑두는 여자>는 소설가 이화경님께서 추천해주신 소설인데 책장에서 몇 년간 묵혔다가 이제야 봤다.

 

이런 아름다운 소설이었구나.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구성이 좋았다.

 

청나라 만주 귀족 출신 학자집안의 당찬 여고생과 관동대지진으로 아버지를 잃고 죽음을 탐미하게된 육사출신의 20대 일본군 초급장교 .

 

중일전쟁 발발 직전의 만주군 신경의 인근지역이라는 공간적 배경 설정도 탁월했다. 이 민감한 역사적 공간을 중국이나 일본의 자국사적 관점에서 서지 않고 과감하게 해석하는(2001년 작인데 올해 나온 책 같다.) 서술을 따라가며 어떻게 중국에서 이런 소설가가 활동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진핑의 중국과는 너무 안어울려서.

 

알고보니 베이징 출신의 저자가 10대 후반인 1990년에 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빠리로 이주해서 지금은 프랑스 국적이더라. 그럼 그렇지.

 

거의 성인이 다 되어서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채 10년도 안지나서 프랑스어로 이 작품을 썼다니.. 덜덜. 8세에 시집을 처음 냈을 정도로 언어에 천부적인 감각이 있는 작가라 가능하겠지. 탁월한 언어감각이 번역본에서도 느껴졌다. 미시마 유키오의 문체로 쓴 페미니즘 소설이랄까?

 

게다가 이 소설을 쓰던 때 또래였을 이십대 남자의 심리를 어쩌면 그리도 잘 아는지. 치기어린 자존심, 수시로 끓어오르는 성욕, 구애가 좌절되었을 때의 찌질함까지... 놀랐다.

 

샨사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봐야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