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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송은경 역] 남아있는 나날(1989)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18. 2. 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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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Remains of the Day(1989)>. 저물어가는 일요일을 보람차게 보내기에 충분한 훌륭한 소설이었다. 영국 대저택의 집사라는 소재도 흥미있었지만 구시대의 잔재로만 생각했었던 '집사'라는 직업이 조직의 한 부분을 맡은 직원으로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현대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신분제 하에서 시종 노릇했던 이들과 난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내가 해야하는 '남아있는 일들' 때문에 판단하지 않고 넘겨 버렸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스티븐스씨처럼 실수했던 아쉬운 기억은 지금도 종종 떠오르곤 한다.

요즘 들어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이 우선이라는걸 깨닫고 있지만, 정작 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다면 이 깨달음도 무슨 소용이랴. 내 눈의 들보는 안보여도 스티븐스씨 눈 속의 티는 어쩜 그...리도 잘 보이는지 읽으면서 스티븐스씨의 고루함에 속이 터졌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집사로 일하며 평생에 걸쳐서 '(이상적인 집사로서의)품위'를 추구해온 스티븐스씨가 남은 인생동안 '집사'라는 직분의 틀을 뛰어넘는 경험을 시도하고 변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나날은 있으니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정확한 번역이라할 수 없는 한글번역판의 제목이 이해가 간다.(마케팅 차원에서 보다 어감이 좋다는 점이 큰 몫을 했겠지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소설도 꼭 찾아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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