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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마틴/신선해 역] 파크애비뉴의 영장류(2015)

독서일기/사회학

by 태즈매니언 2018. 10. 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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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한승혜님덕분에 알게 된 책. 예일대를 나온 미시건 출신 여성이 문화인류학과 문화사회학의 시각에서 뉴욕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파크애비뉴로 이사 가서 경험한 그 동네 엄마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참여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예일대 출신의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북유럽계 백인 미인이라는 점이 참여관찰의 성공에 상당한 도움을 줬던 것 같다.)

 

비슷하게 뉴욕의 상류층을 소재로 한 플로팅 시티가 주로 사교계에서의 활동을 다뤘다면 이 책은 최상류층 전업주부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파크애비뉴의 상류층 맘들도 규모가 좀 더 크고 규칙이 좀 더 정교할 뿐, 암컷 침팬지 집단 모두 유사한 원리로 유지된다는 내용은 영장류 게임과 비슷하다. 다만, 그 책은 주로 남자들의 세계를 다뤘으니 이 책으로 균형 잡기 좋다. 물론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가 이 모두를 아우르고 있긴 하다. ㅎㅎ

 

저자가 관찰한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부유한 엄마들이나 에이미 추아가 말한 타이거맘모두 헌신의 정도가 대단하지만, 국가 내 인구비율로 보면 서울 강남이나 목동의 자녀교육에 열성인 엄마들 엄마에 비할 바가 못되는 것 같다. 요즘 20~30대 대도시 여성들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엄마나 이모세대를 통해 모성 집약적 육아의 강도를 체감했거나 옆에서 보고자랐기 때문에 엄두가 안나서 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교육의 투자 대비 기대수익 비율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고.

 

그런데 어퍼이스트사이드처럼 그 지역에 거주하는 가임기 수컷과 암컷의 성비가 12이고, 부유한 수컷은 언제든지 새로운 암컷에게 눈을 돌리기 쉬운 환경에서 암컷들이 받는 경쟁압력은 어찌보면 상당히 특수한 사례가 아닐까?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10대 후반~20대의 수컷들이 연애시장에서 동료 수컷들보다 자기가 더 나은 점을 암컷들에게 어필하는 쟁탈전의 경쟁률이 대략 21이지 않을까 싶었다.

 

근거는 없지만 모든 시험이나 경쟁에서 탈락자들에게 가장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상황이 둘 중 한 명이 떨어지는 상황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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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권의 조상숭배처럼 서구사회는 후손숭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이들을 끔찍이 아낀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를 키우느라 돈이 무지하게 많이 들고 기운도 남아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사실 괜한 불평은 아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생활은 무위도식에 가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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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모인 사라가 말하길, 그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치고 집에 전용 비행기 없는 아이가 없었다. 다들 자기네 전용기가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다는 식으로 돌아가며 자랑을 하던 중에, 우리 아들이 우리는 전용기가 없다고 하자 테사가 불쌍히 여겨 녀석을 초대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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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킨(에르메스 버킨백)이 내포한 의미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과잉의 세계에서조차 마음껏 소유할 수 없는 현실이 주는 서러움이다. 물론 누구나 탐낼 만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유예와 실망과 기다림과 희망을 한 땀 한 땀 박음질해 만든 이 가방은 인간에 내재한 소유욕의 진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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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사폴스키는) 스트레스는 목숨을 지키기 위한 단시간의 유용한 심리상태로 진화했다. 심장은 빠르게 온몸에 산소를 퍼뜨리고, 폐는 더 열심히 일하며, 몸은 당장의 생존에 불필요한 것을 모두 차단한다(사자한테 쫓기는 상황에 배란이나 성장이나 세포조직 재상에 에너지를 쏟을 겨를이 있겠는가. 그런 건 나중지사다.) 이렇게 잠시간 공포에 휩싸이면 내분비기관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사자를 완전히 따돌린 뒤에야 혈액 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낮아진다.

(중략)

그리하여 본래 적응기제였던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만성 스트레스와 영구 불안장애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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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율이 낮은 여성은 배란 및 생리 주기가 길어서, 경우에 따라 1년에 네 번 정도로 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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