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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2018)

독서일기/사회학

by 태즈매니언 2019. 5. 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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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처럼 어제 오늘 내 감정은 하나도 괜찮지 않다.

 

어제 (내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짜로 책을 전달받았으면 재깍재깍 페북에 서평을 쓰는 제 할 일을 충실히 하고, 그 리뷰가 곧바로 도서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면 넌 아무 것도 아니니 넷드링킹이나 할 시간에 실력을 키워서 자기처럼 제대로된 네트워킹을 하라는 오만한 훈계질을 봤다.

 

그 사람이 어떤 억하심정이 있어서 전체공개 글로 광역어그로를 시전했는지 모르겠지만 페북에 꼬박꼬박 책 읽고난 감상을 남기고 얻는 따봉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나같은 사람을 무참하게 뭉개놓은 셈이다.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쓰신 그 분께 사회학적인 자기계발 관점도 참고하시도록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페북 공유를 통해 짤막한 기고문들은 종종 봤지만 오찬호 박사님의 책은 나도 처음이었다.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으신 분이었더라.) 오박사님이 이 책 전에 쓰신 책들은 10~20대들이 직접 쓴 디씨 글이나 웹툰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했기에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표지의 '실천 인문학'이라는 프레이즈는 좀 거북했지만 출판사에서 판매를 고려해 붙일만한 문구긴 하다.

 

저자는 부끄러움을 회피하고, 사과하기보다 변명하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탓하기 바쁜 사람들이 상식의 기준을 비틀어가며 타인에 대한 차별, 혐오, 폭력으로 자존감을 부여잡으려는 사람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어떻게 해야 끌려들어가지 않고 자기를 보호할 줄 아는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주류경제학과 기업조직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해보이는데 피상적으로 비판하는 부분들이 종종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최소한 나쁜 시민은 되지 말자는 이야기들이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10대나 20대 초반의 조카뻘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말리고 싶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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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는 '가난을 보란 듯이 이겨 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가난은 '보란 듯이 이겨 내기' 힘들다.
(중략)
악순환이 누적되면 빈곤층은 무너진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거두고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다. 더 이상 나빠질 데가 없는 현실에서도 더 추락하는 건 사람이 나태해서가 아니다. 악순환을 내버려 둔 사회의 무자비한 칼부림 앞에 처절하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다르면 인간의 의지가 불타올라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169쪽

 

냉정하게 말해 초등학생까지 화장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시점이 과거보다 빨라진 시대의 결과물이다.

 

229쪽

 

나는 자존감을 자아 존중감이라는 사전적 뜻에서 한걸음 나아가 '자신감이 없어도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싶다. '자신감이 없어도'라는 표현을 한 것은 자존감을 개인의 의지에 따라 유지하고, 되살리는 대상으로 보려는 습관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나락으로 떨어져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뜬금없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된다는 자존감 교육보다 실패해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다.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명백한 방법은 '우리가' 자존감을 잃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 거다.

 

이는 자존감을 특별한 훈련을 통해 '키우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248쪽

 

공감의 시작은 자신이 타인의 상황에 쉽사리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중략)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성찰적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지, 입으로만 '공감'을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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