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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배은경 황정미 역]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1992)

독서일기/사회학

by 태즈매니언 2016. 8. 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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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학부 전공을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자 마음 먹은 고등학생이라면 사회학의 명저 중에서 이런 책 서너 권 정도는 고등학교 시절에 읽어봤어야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시절 입시 지옥을 나만 겪은 것도 아닌데 젊은 날의 게으름이 한탄스럽다. 대학입학을 일종의 교도소 재소자의 퇴소처럼 여겼던 내 짧은 시각도. 까대고 거들먹거리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부지런한 농부의 일 같은 묵묵한 독서의 가치를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뭐 그런 덕분에 18년만에 새로 사회학과에 입학한 학부생의 자세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건방짐을 걷어낼 수 있었던 건 어제 읽었던 마이클 더다의 덕택인듯 싶다.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의 원제는 <The Transformation of Intimacy: Sexuality, Love, and Eroticism in Modern Societies>더라.  한 학기 강의노트를 하루만에 훑어서 본 느낌이고 앤서니 기든스 언급하고 있는 다른 사상가들의 책을 거의 읽어 본 게 없어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 중 아주 일부 밖에 건져가지 못했다.

 

기든스는 섹슈얼리티를 신체와 자기정체성, 그리고 사회 규범이 일차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으로서, 자아의 성형가능한(malleable) 일면으로 기능한다고 보고 개개인들의 다양한 합류적 사랑의 경험들과 일상의 민주화이 공조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는 걸로 읽었다.

 

제5장 '사랑, 섹스, 그리고 다른 중독들'과 제8장 '순수한 관계의 모순들', '제9장 섹슈얼리티, 억압 문명'이 인상깊었다. 소위 일베 글들 속에 남긴 여혐 논리의 기원을 허브 골드버그(Herb Goldberg)란 학자의 이론에서 찾을 수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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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쪽

 

중독은 일상적 삶의 부분들에 대한, 또한 자아에 대한 특정한 통제 양식을 나타낸다. 중독이 가진 특수한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중독은, 전통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제거된, 그리고 따라서 자아의 성찰적 기획이 각별한 중요성을 갖게 된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삶의 넓은 영역이 더 이상 기존의 패턴들과 습관들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곳에서, 개인은 계속해서 라이프 스타일 선택지(Life-style options)들을 협상해야 한다.
(중략)
제도적 성찰성이 일단 실질적으로 일상적 사회생활의 모든 부분에까지 도달하게 되면, 거의 모든 패턴이나 습관도 중독이 될 수 있다. 중독이라는 관념은, 어제 했던 것을 오늘도 하는 것이 정상적이었던 전통적 문화에서는 거의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전통의 연속성이 있었고 ㄸ?ㅗ한 옳고 적합하다고 인정될 뿐 아니라 오래도록 정립된 것을 따르는 특정한 사회적 패턴이 존재했던 때에는, 그런 패턴을 중독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또한 그것 자체가 자아의 특수한 특징을 진술하는 것도 아니었다. 개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행동과 습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야만 할 의무도 없었다.

 

220쪽

 

합의에 의한 새도-매저키즘이 성적 경험을 보상해주기 위한 처방으로 제시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원칙은 일반화될 수 있다. 조형적 섹슈얼리티는 아마도 더 이상 외적인 강제의 파편더미들이 남아 있는 영역이 아니라, 다른 형식의 자아-탐색과 도덕적 형성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24쪽

 

bath house 문화에서 나타나는 게이들의 에피소드덕 섹슈얼리티는, 대부분의 이성 관계, 심지어 일시적인 이성관계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평등을 표출하고 있다. 에피소드적 섹슈얼리티의 본성으로 인해 권력은 성적 실행 그 자체의 형태로만 나타날 수 있으며, 성적 취향은 유일한 결정인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강압적 성격을 갖지 않는 에피소드적 섹슈얼리티가 제공해줄 수 있는 쾌락이자 만족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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