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카마 기후/서호철 역] 대지를 보라(2016)

독서일기/한국사

by 태즈매니언 2018. 12. 7. 10:09

본문

 

얼마남지 않은 Johoon lee님의 깨알목록 추천도서를 이렇게 한 권 더 읽었다. 이젠 더이상 추천받을 길이 없어 안타깝구나. ㅠ.ㅠ

 

'1920년대 경성의 밑바닥 탐방'이라는 부제처럼 조지 오웰의 체험수기 <빠리와 런던에서의 영락생활>과 비슷한 느낌도 있고, 절반쯤은 예전에 터미널 좌판에서 팔리던 <맹수와 사냥꾼> 시리즈처럼 황색저널의 르포기사도 섞여 있다.

 

저자 '아카마 기후'는 1910년 직후 조선으로 건너와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생활도 하고 만주에서 마적들과 접촉하거나 몽골 탐험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올해 흥행한 <미스터 션사인>에서 구동매가 처음에 한성지부장으로 설정됐던 우익단체 흑룡회(黑龍會)에 몸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김시덕 교수님의 <서울 선언>을 흥미있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그 프롤로그격으로 같이 보기 좋다. 일제시대 조선에 살던 일본인은 최대 7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를 넘지 않았지만 경성부에서는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의 서울을 이해하려면 식민지시대 경성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카마 기후는 변장이나 미행까지 하며 당시 경성의 거지, 땅꾼, 넝마주이, 거리 청소부, 신기료, 똥푸는 인부, 마바리꾼, 도축인부 등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데 그네들의 생활이 험난하긴 하지만 조선시대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민족주의자 청년들이 이런 책을 좀 읽어줬으면...)

 

고양군 연희면 아현북리와 돈암리, 은평군 홍제리같은 처음 듣지만 친숙한 지명도 매력적이다.
서호철 교수님께서 번역하셨던데, 해제와 꼼꼼한 각주들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가치가 훨씬 떨어졌을 것 같다. 같은 과 선배님이라 자랑스럽네.

 

p.s. 식민지 경성의 신문에 실린 어느 청요리집의 광고가 이 책의 주제를 잘 농축하고 있는 듯.

 

---------------------------------------

 

186쪽 (서호철 해제)

 

조선에 와 있던 일본인들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청일, 러일 전쟁을 비롯한 본국의 조선 침략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그들은 대한제국의 행정사법권(치외법권), 통감부, 이사청)과 거류민단을 중심으로 일본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별개의 사회를 이루었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을 완전히 식민화하자 그들은 지배민족, 식민지배자(colonizer)로서의 특권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새 통치질서를 수립하고 조선인을 회유, 포섭하는 일이 더 중요했던 총독부는 '일시동인(一視同仁)'을 표방하며 조선인이나 재조선 일본인이나 다 같은 지배의 대상으로 간주했고, 일본인 거류민단을 해체하고 그들을 조선인과 같은 지역별 행정구역에 편입시켰다.
또 총독부는 재조선 일본인 사회가 원했던 적극적인 일본인의 조선 이주 장려정책에도 반대했고, 본국의 식민지 정책에 따른 <회사령>으로 1910년 내내 재조선 일본인의 상업, 제조업을 제약했다.

 

(중략) 일본제국은 참정권을 민족별로가 아니라 '내지'와 '와지'의 지역별로 부여해서(속지주의), 내지(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은 원칙상 참정권을 가질 수 있었던 반면, 외지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제국의회(중의원) 선거 참정권은 가질 수 없었다. 물론 1920년대 이래 조선에서 시행된 제한적 지방자치체 아래서 부회 등 지방선거는 재조선 일본인에게 훨씬 유리하게끔 제도화되어 있었지만, 조선에서는 정당 설립도 전국적 정치활동도 불가능했다.

 

310쪽 (역자 후기)

 

총독부의 일본인 직원은 임용 때도 조선어 시험을 봐야했고, 현직에 있는 자는 총독부 주관의 조선어장려시험을 봐서 합격자는 조선어장려수당을 받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