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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김시덕 역] 교감 해설 징비록(2013)

독서일기/한국사

by 태즈매니언 2020. 6.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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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선생님께서 번역하고 해설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었다. 역시 지인들이 호평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과 중국의 여러 기록들을 소개해서 독자들이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셨네.

 

앞의 해제부분부터 물론 박정희 정부 때 성웅 이순신을 재차 강조하긴 했지만 우리가 배웠던 임진왜란에 대한 인식의 틀이 <징비록>에 있었구나.

 

청나라와 일본의 인식, 그리고 은봉 안방준(보성사람 우왕~)과 같은 다른 조선관료들의 인식과 비교하고 누가 더 타당한지에 대해 내가 판단할 깜냥은 안되지만 당대에 전쟁을 직접 겪었던 고위 관료의 생생한 기록을 읽어가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됐다. 한영우님같은 분의 조선뽕에 대한 해독제로 유용할듯.

 

징비록 가장 말미에 나오는 명나라 심유경이 유성룡에게 보낸 편지에서 임진년의 침입을 겪고서도 정유년의 재침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속절없이 도망쳤던 한심한 지방관원들과 무능한 조정에 대한 일침이 시원했다. 명분만 앞세우는 위선자들의 행태하고는 ㅎㅎ

 

징비록에서 김응서(후에 김경서로 개명) 장군과 항왜 병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지만 과대평가된 권율보다 더 부각되어야 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급 군관으로 파직된 상황에서도 아군은 물론 김응서보다 직책이 높아진 항왜 무사들까지 충심으로 섬겼고, 김응서를 따르는 항왜들이 천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고 하니.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 사이의 시기를 다뤘고 김응서 장군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네이버웹툰 고일권 작가님의 <칼부림>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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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쪽

 

이일은 한양의 정예병 3백 명을 데리고 가려고 병조에서 군인선발 명부를 받아 본 바, 여염집과 시중의 훈련받지 않은 병사, 서리, 유생이 태반이었다. 임시로 이들을 점검하니, 유생들은 모두 관복을 갖추고 과거용 시험지를 들고 있었고, 서리들은 투구 대신 평소에 쓰던 두건을 하고 있었다. 병역을 면제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뜰에 가득하였다. 보낼 만한 자가 없었기에 이일은 임금의 명령을 받은 지 사흘이 되도록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302쪽

 

나는 "나라가 평소에 너희들을 기른 것은 이런 날을 위해서인데 어찌 차마 달아날 수 있는가? 바야흐로 명나라 군대가 도착하야 나랏일이 참으로 급하니, 지금이 바로 너희들이 노력하여 공을 세울 때이다."하고 힘껏 타이르고는, 빈 책자 한 권을 꺼내 먼저 온 자들의 성명을 적고는 그것을 보여 주면서 "나중에 이것으로 공로를 평가하여 상을 내릴 것을 논하자고 임금께 아뢸 것이다. 이 기록에 실리지 않은 자는 난리가 끝난 뒤에 일일이 조사하여 처벌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조금 뒤에 사람들이 잇달아 와서는 "소인은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가있었을 뿐입니다. 어찌 감히 임무를 피하겠습니까? 원컨대 소인의 이름을 그 책자에 적어 주십시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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