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엄청난 베스트셀러인데 왜 내 페북 타임라인에서는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보기가 힘들까?
사람을 살리는 업을 행하는 수기(手記)인데, 피로 점철된 전쟁터의 최전방 군인의 기록같아서 한 번에 많이 읽기가 힘들었다.
장비와 병참을 잘 보급받은 1개의 보병 중대(115명)이면 잘 지킬 수 있는 고지에 1개 소대(32명), 그것도 말썽 많은 기관총 1대만 갖고 있는 소대를 배치해놓고, 너희가 뚫리면 후방의 국민들이 다 죽게 되니 어떻게든 지키라고 지시하고, 소대는 끊임없는 전투로 인한 사상자로 소대원은 계속 줄고, 고참 소대원 중에도 PTSD로 전투불능자가 생기는 상황에서 곧 돌아오는 후임자를 위해 소대장이 남기는 전투일지를 보는 느낌이다.
전에 읽었던 의사들의 논픽션에서 얼핏 배어나는 나르시시즘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를 동시대 논픽션으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도 피와 고름이 배어있는 살점을 입안에서 질겅거리는 듯한 욕지기를 참아야 했다. 의학적인 처치와 수술 장면 때문이 아니라 무력한 정책, 사람을 짓누르는 조직 내 정치 행위들에서 나는 피고름이 지독하다.
한 사립의대의 응급외상의학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느 분야에 대입해도 통용될 실록이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야라서 더 참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올해의 책이다.
인용하고 싶은 부분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담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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