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돌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인데 그동안 중고매물이 없어서 계속 못보던 차에 직접 선물받았다. 알라딘 신림점 만세~!(한 매장에서 안팔리면 다른 매장으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신림점에서 매입만 했을 수도 있다.)
2008년 3월에 나온 책이라 무려 10년 전 이야기다. 하긴 제목만 봐도 예스러운 느낌이. ㅎㅎ 이젠 삼성전자가 소니랑 비교될 체급의 기업은 아니다.
최근 10년간은 빠져있지만 세계경제의 3대 핵심 축인 동아시아에서 출생한 다국적 거인 기업의 성장스토리와 핵심강점,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 등이 풍부하다. 내가 대기업의 경영과 전자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훑어보고 넘긴 부분들이 많아 아쉽다.
다만 경영학 학술지에 기고한 페이퍼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보니 같은 이야기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다 읽고보니 삼성이 CEO의 판단도 훌륭했고, 시장과 보유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전략적으로 잘했구나 싶어서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물론 그러면서도 1950년대부터 시작된 해운산업의 컨테이너화가 60년대에 주요 노선부터 틀이 갖춰진 시점이었다는 사실이 1962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1993년 삼성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과 IMF로 인한 사업부 조정 시점이 전자산업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시기와 정확히 맞물렸다는 시대적인 운빨이 큰 몫을 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삼성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보르도TV를 만든 삼성전자의 팀원 11명은 하루에 18~20시간씩 일에 몰두하며 3개월 동안 숙식을 같이 하면서 디자인, 제품 스펙, 출시일, 딜러들의 반응, 가격 프리미엄 등에 대해 조사하여 제품을 출시했단다. 그들이 감당해야했을 엄청난 경쟁압력에는 입이 딱 벌어졌다. 물론 삼성은 그만큼 PS/PI로 철저하게 성과에 대해 보상하지만.
실패한 경영자로 낙인찍힌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도 '네트워크화'라는 전자산업의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모바일인터넷과 OLED가 본인의 예상보다 뒤늦게 보편화됐고, 아날로그 제품에서 성공적이었던 소니의 '레거니(legacy)'문제와 CEO 후보를 키워내지 못했던 전임자의 실책 등 취약한 리더쉽 기반 등이 쇠퇴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그룹비서실)이 해체된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그룹 사장단 회의도 같이 폐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 검증된 실적이 없는 젊은 CEO가 삼성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소니처처럼 개별 사업부들이 서로 벽을 쌓고 사일로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삼성전자가 현재와 같이 반도체나 OLED와 같은 부품 산업에서의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해나가서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주축으로 남기를 기원한다. 일단 최근의 미중간의 긴장관계가 삼성전자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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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마이크론으로부터 64K 디램 기술을 배우면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256K 디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서 삼성은 당시 사장 월급의 4~5배에 달하는 보수를 지불하며 고급 기술 인력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의 현장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었다.
삼성전자의 기술과 제품군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업표준이 있고 분명한 기술발전의 트레젝토리(trajectory), 즉 진화발전 방향이 뚜렷한 기술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산업표준이 존재하고 모든 기술이 하나의 칩셋에 축약되어 있으므로 같은 부품을 사용하는 한 완제품에서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없는 '파괴적 기술'이다.
소니와 삼성전자 둘 다 사업부제 조직으로 운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직운영의 내용과 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삼성그룹의 비서실은 개별 사업 단위를 총괄하는 그룹 차원의 스태프 조직으로, 최고경영자인 이건희 회장을 보좌해서 사업부 간의 협조를 도모하고 사업부서장의 경영 업적을 평가하여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소니의 개별 사업 단위인 컴퍼니 조직은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었고, 최고경영자의 전략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삼성그룹의 비서실 조직은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여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대신하고, 계열사의 경영 성과를 감시하며, 임원들의 인사를 결정하는 막강한 조직이다.
다른 하나의 엘리트 그룹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박사급 출신의 탑 엔지니어로, 이들은 실무적인 기술 관련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내에는 이와 같은 두 개의 엘리트 그룹이 존재하고 있고, 그밖의 영업 출신 경영자들은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이중적인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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