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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별] IMF 키즈의 생애(2017)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19. 6. 1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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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생각하면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중산층에서 탈락하여 빈곤층으로 전락했던 가정에서 십대 시기를 보냈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책 같은데 결이 좀 다르다.

책에 등장하는 7명의 인터뷰이들 중에 IMF시절에도 부모님이 안정된 직장을 가졌거나 더 번창했던 사례들도 있긴 한데, 뭔가 일곱 명을 묶는 경향성이 전혀 없다. 다 읽고서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공통점을 찾아봤지만 80년대 생이라는 것 말고 못 찾겠더라. 1명 빼고 정말 살기 힘든 사람은 안나온다는 거 정도?

나는 부부공무원이었던 부모님을 둔 덕분에 IMF 직후에 오히려 집안 살림이 더 나아졌던 터라, 운이 좋지 않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 건데, 연령대도 나보다 5~6세 가량 아래더라. ...

IMF시기를 80년대생들의 한국전쟁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오버는 어이없을 정도지만 몰락의 서사를 탈피해서 1997년부터 진행된 20년 지난 2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온 특별히 주목받을 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가정환경이나 학창시절의 실수, 사소한 이유에 따른 전공선택 등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경로에 큰 영향을 미친 시기였구나.

IMF위기 이전까지는 남들이 사는 경로대로 성실하게만 살아도, 한 두번 일탈을 해도 어느 정도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었고, 80년대생처럼 부모와 자식들 모두 어느 정도 느슨하게 인생을 살아가던 분위기가 1990년대생부터는 바뀐 것 같다.

인터뷰하는 저자가 인터뷰이들의 말 중간에 자기 이야기나 설명을 장황하게 덧붙이지만 않았어도 더 잘 읽히는 좋은 책이 되었을텐데...좀 아쉽다.

나는 광주에서 단편영화를 찍으며 입봉 기회를 노리는 이동석(가명)님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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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미식이라는 게 어디에서나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는 취미거든요. 그래서 행복을 위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사람들이 진짜 돈이 있고 시간이 있으면 스포츠나 다른 걸 할 텐데, 그게 안 되니 결국엔 하루 한 끼라도 좋은 식사로 때우는 거구나.
취미라는 건 의식주와 별개잖아요. 그런데 미식은 기본적인 생활을 취미로 위장하는 거 아닐까 하고.

320쪽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선정 때문에 광주 문화예술계에 도는 돈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거든요. 그렇게 들쑤셔지니까 무슨 카지노 생긴 태백이나 정선이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저런 기관이나 단체가 엄청 많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그 단체 대표라는 경력을 가지고 좀 더 높은 자리의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거죠. 사실 지역에선, 그런 데서 그럭저럭 경력 쌓아서 어떤 공공기관에서 새로 만든 공연장 같은 데에 공무원으로 취직할 수 있다거나, 이런 걸 바라고 보험 삼아 문화기획 일 하는 분이 꽤 많아요. 그게 꼭 교수 되려고 기다리고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들 같았어요.

327쪽

이런 작은 회사드은 사실 뭐 하는지 잘 모르겠는 아무 일이나 다 하는 서비스용역 회사에요. 이를테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교육사업을 해야 하는데 손이 많이 가고 예산도 어정쩡하니까 그냥 아무 회사에 하청을 주는 거죠. 예산이 작으니까 전문성이나 퀄리티 이런 건 안 따지고 대충 '하기는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요. 이런 작은 문화 기업 일은 어지간하면 돈을 포함해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지도 못해요.
(중략)
그걸 회사 사장들이라고 모르진 않아요. 광주에선 공공 영역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요. 기업이 없다시피 하니까. 불만은 많아도 공공기관들 눈 밖에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니까 눈치만 보는 거죠. 그리고 일 자체가, 원청인 공무원들이나 심지어 이걸 접하는 사람들조차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거든요. 듣는 분들도 소일거리로 듣는 거고 공무원들도 하라니까 하는 거고, 담당하는 강사들도 용돈 벌이 삼아 하는 거고요.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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