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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가족끼리 왜 이래(2019)

독서일기/법률

by 태즈매니언 2019. 7. 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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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민제 기자님은 첫 출입처를 법원으로 배치받았을 뿐, 법률 문외한이었고, 출입처 업무 중 잘하는 게 판결문 읽는 것 밖에 없었다고 한다.

 

10여 년 간 법조인만큼 판결문을 읽어내면서 가족분쟁 판결문을 분석해서 펴낸 책. 최근 10년 동안 법원에서 선고된 909건의 가사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정리해서 분석한 성과가 담겨있다.

 

스스로를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일간신문 기자의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30분이라도 여유시간을 내서 판결문을 읽었다고 한다. 기약 없는 1인 장기 프로젝트로 매일 그 결과를 엑셀에 기록하는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힘들고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판결문이라는 분석 도구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동시대인의 모습을 생생히 복원하는 작업은 정말 미치도록 재밌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 판결문에는 객관적 팩트로 적혀 있었으니까. 그건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기삿거리였으니까."(281쪽) 짧은 소회에 이 책에 들인 공이 느껴졌다.

 

법제연구원 연구보고서로 다뤘어도 좋았을 주제다. 혹시 본이이나 주변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스님의 주례사>같은 책 읽지 말고, <가족끼리 왜 이래>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법률가들이 대중을 대상으로 쓴 에세이들에 비해서 가독성이 훨씬 높고, 혼인 및 상속 분쟁의 예방이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나도 가사사건 실무를 해볼 일이 없는 사내변호사라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하급심 판례를 다수 인용하고 있는데 연도와 법원명만 나와있고 사건번호는 기재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일까? 변호사업계의 주장처럼 판결문 공개가 확대된다면 이런 저작들이 훨씬 더 쏟아질테고, 국민들도 편익을 얻으리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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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민법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1년 이내에 증여한 경우만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만 보면 수십 년 전 미리 부동산을 증여받은 이들은 안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법원이 1996년 이 조항은 공동상속인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내놨기 때문이다.(대법원 95다17885) 즉 형제자매에게 재산을 미리 나눠준 경우라면 언제 줬든 상관없이 모두 유류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이후 대법원 2010다78722 판결로 유류분제도가 신설된 1979년 이후만 유류분 대상으로 제한)

 

133쪽

 

자신을 학대하며 다른 여자와 불륜을 일삼은 아버지의 늙은 얼굴을 성년이 돼 다시 마주한 것만 해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매달 아버지에게 돈까지 보내야 한다니 자식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할 정도로 잘못이 크지 않고 부모의 경제력이 크게 부족하다면 소액이라도 부양료 청구를 받아들이는 게 현 시점의 확고한 판례 경향이다.

 

149쪽

 

부모에게 받은 재산으로 부모를 부양했다면 이는 (부동산)매매로 봐 세율이 높은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만큼, 재산을 물려준 부모도 물려받은 자녀도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대법원 2014두9752)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법제화해 안정성을 보장한다면 재산을 토해내라는 불효자 방지법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263쪽

 

이 조항(민법 제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될 때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후 43년 만인 2001년에야 인천 남동등기소에서 첫 이용자가 나왔다. 조항 자체를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필요성도 그만큼 크지 않았고 재산에 대해 얘기하기 꺼리는 사회 분위기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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