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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이한음 역] 지구의 정복자(2012)

독서일기/생물학

by 태즈매니언 2019. 8. 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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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 제목은 그냥 '지구의 정복자'이지만 원제는 <The Social Conquest of Earth>. 왜냐하면 인류 외에도 개미, 꿀벌 등 널리 번성하고 있는 사회적 종들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를 배제한 진화론에 기반한 생물학적 설명으로 인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되짚어보는 책으로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가 크게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정말 요약을 잘한 책이다. 그래서 <호모 데우스>를 재미있게 읽었고, 좀 더 동물학과 고인류학의 학문적인 성과들을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이 좋을 것 같다.

 

전체 논지를 끌고 가는 에드워드 윌슨의 독창적인 개념은 '진사회성'이다. 저자는 서로를 자세히 평가하고 협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뇌는 관계의 단기적, 장기적 예상 시나리오들을 마음속으로 재빨리 짜야했다고 본다. 뇌의 기억체계들은 멀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옛 시나리오들을 불러내고 멀리 미래로 나아가서 모든 관계의 결과들을 상상해야 했다. 다양한 행동 계획들을 놓고 판단하는 역할은 편도를 비롯한 뇌의 감정 통제 중추들과 자율 신경계가 담당했고.

 

개체 수준에서 세밀하게 조정되는 이타성, 협력, 지배, 호혜성, 변절, 기만 등 전략의 혼합물이 빚어낸 '집단 내 개인들의 상대적 성공을 토대로 한 선택' 대 그러한 집단 내 개체들의 선택이 야기한 '집단들 사이의 상대적인 성공을 토대로 한 선택' 사이의 경쟁을 통해 다수준 선택으로 돌아가는 진화적인 특성을 나는 저자가 말하는 '진사회성'이라고 이해했다.

 

저자는 흰개미, 개미, 벌 등의 곤충과 달리 큰 몸집과 상대적 비이동성, 직립 보행으로 인해 자유로워진 손을 통한 도구사용과 던지기 능력 획득, 사라진 털과 늘어난 땀샘으로 인한 장거리 달리기 능력, 불을 통한 익혀먹기와 야영지에서의 상호작용 등등 다른 사회적 동물들을 제치고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요인들을 여럿 언급한다.

 

이들 중에 무엇이 인류를 지구의 지배자로 만든 핵심 요인인지 저자는 구분하지 않는다. 나는 리처드 랭엄이 강조했던 불의 활용이 아닐까 싶다. 개미처럼 몸집이 작으면 불씨를 옮기는 과정에서 자기 몸까지 연료로 타버리고 만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는 수중생활을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을 이용할 수가 없고. 불을 통해 야영지에서 모여서 자는 사회생활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인 사회생활인 그루밍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고기의 소화 흡수율을 높인 것도 뇌의 크기와 사회생활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렸고.

 

후반부가 좀 난해한 느낌이 있는데, 인류의 자연 선택을 좌우한 원리를 주류인 혈연 선택(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집단의 번성을 위한 개체의 희생)가 아닌 소수설인 '다수준 집단선택'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본인의 주장을 강조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인류에 대한 이야기보다 개미와 같은 다른 진사회성 동물등의 진화에 대한 설명이 인상깊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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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쪽

 

사람속으로 진화한 집단은 동물 단백질을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분화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성공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 노력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중략) 그들은 동물 사냥에 의존해 겨울을 넘겼고, 대형 동물도 사냥했다.

 

59쪽

 

침팬지와 보노보는 소집단으로 나뉘었다가 재결합하고는 한다. 그들은 이리저리 소리를 질러서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발견했다고 알리지만, 자신이 딴 열매를 나눠먹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따금 소규모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 무리 중에 사냥에 성공한 구성원은 동료 사냥꾼들과 고기를 나누지만, 자선 행위는 대개 거기에서 그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유인원에게는 함께 모여 둘러앉을 모닥불이 없다는 것이다.

 

169쪽

 

절지동물 2,600과 중에서 진사회성 종을 포함한다고 알려진 것은 15과에 불과하다. 이중 6과는 흰개미로서, 모두 한 진사회성 조상의 후손인듯 하다. 진사회성은 개미에게서는 한 번, 말벌에게서는 독립적으로 세 번 출현했으며, 벌에게서는 적어도 네 번 혹은 아마도 그 이상 출현했을 것이다.

 

175쪽

 

(진사회성의) 진화는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첬재, 진사회성을 달성한 모든 동물 종의 개체들은 예외 없이 이타적 협동을 통해 포식자, 기생 생물, 경쟁자 같은 적들로부터 항구적이고 방어 가능한 보금자리 또는 집을 지킨다. 둘째, 집단의 구성원들은 두 세대 이사으로 이루어지고 적어도 자신의 사적인 이익 중 일부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방식으로 분업한다.

 

286쪽

 

따뜻한 기후대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은 조합된 소리들이 더 낭랑하게 울리도록, 자음을 더 적게 쓰고 모음을 더 많이 쓰도록 진화해 왔다. 이 경향을 단순히 음향학적 효율성의 문제로 설명할 수도 있다. 낭랑한 소리는 더 멀리 전달되며, 그것은 따뜻한 기후에서 사람들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더 멀리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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