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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서촌홀릭(2014)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9. 11.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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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씨는 서촌 한옥지킴이로 활동했던 외국인으로 유명해지신 분이죠. 이 분이 왜 이렇게 한옥을 사랑하고 예찬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어제 쓴 독후감에 나오는 강화의 학사재가 부잣집 고대광실이라면 스무 평 남짓인 협소주택인 '어락당'은 정반대의 신축 한옥이니까요. 그래서 어락당을 지은 황인범 대목장의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한옥과 전통보존에 대한 내용보다 로버트 파우저씨가 1980년대부터 한국인들을 접하며 관찰하는 시선이 더 매력적인 에세이더군요.

 

간단하게 파우저씨의 약력을 정리해보면, 미시간 출신의 언어학 박사로 일본(1995~2008)과 한국(1983, 1988~1992, 2008~2014)을 오가며 30년 이상을 사셨고, 현재는 고향인 앤아버에서 집필활동 중이시라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일한 경험이 있고, 교토와 가고시마에서도 살아보면서 역사도시 교토의 풍경과 고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시는 분이 본 북촌과 서촌의 풍경, 그리고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긴 책입니다.

 

부디 앤아버에서 평안한 노후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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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쪽

 

교토는 관광객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전시된 문화'가 많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들 삶 곳곳에 '살아 있는 문화'가 많다. 그래서 문화가 깊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살아있는 문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적인 자극이 중요하고 새로 무엇을 배운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중요하다. 사람이 늘 배우면 젊은 마음을 유지하고 남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 속에 포함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이 작아지고 세상이 커진다. 주위에 오래된 것이 많고 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 지금의 인생이 얼마나 짧으며,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을 매일 느끼면 세속적인 답답함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

 

69쪽

 

일본은 질서 때문에 여행하기 좋고 쇼핑하기 좋은 나라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사람과 같이 잘 먹고 놀기 좋은 나라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보면 나는 조용히 있고 싶을 때는 일본이 좋고, 웃고 놀고 싶을 때는 한국이 좋으니까 늘 두 나라가 필요하다. 마음이 항상 왔다 갔다 한다.

 

185쪽

 

걷다가 마지막 골목 끝에 뜰안이라는 한옥 까페가 보였다. 바깥에서 조금 쳐다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온돌방 앞에 신발을 벗고 마당 쪽에 넓은 유리창 앞에 앉았다. 매우 친절한 분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곳의 사장님이었고 김애란 소설가였다.
(헐~ 김애란님이 익선동에 계셨군요!)

 

207쪽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 교토는 존재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했다. 그것은 바로 공방 중심으로 된 전통문화 및 관광산업, 그리고 대학이 됐다.

 

1877년에 설립한 제국대학 내부에서 불화가 표출이 되어서 자유를 찾는 학자들이 두 번째 제국대학인 교토제국대학을 1897년에 설립했다. 자유 학풍을 강조하는 교토제국대학이 1930년의 파시즘에 억압을 받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교토대학으로 개명했고 우수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공방과 작은 회사 중심으로 교토에서 발전한 산업은 도쿄의 관료주의적인 대기업과 대조적인 성향을 보인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교토는 일본 주류 사회에 대한 대안을 상징하고 그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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