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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이잉/우상규 역] 반중국역사(2016)

독서일기/동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19. 12. 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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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이 싫다. 처음에는 중국의 시진핑 정권과 외국에서 만났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이 싫었을 뿐인데 이젠 1912년 신해혁명 이후 중국이라는 국가의 철학과 그들이 빚어낸 중국인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불쾌하다. 지구온난화보다 중국인들이 인류의 위기를 더 먼저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그래서인지 중국 내몽골 자치구 몽골인 출신으로 한족 중심주의를 강렬히 거부하는 일본으로 귀화한 문화인류학 교수의 이 B급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책이 끌렸다. 김호동 교수님의 <황하에서 천산까지>처럼 격조와 밀도가 높은 책만 보고살 순 없으니.

저자는 만리장성의 위용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몽골인이 '이 거대한 성벽을 쌓았던 이들을 두렵게 만든 사람들이 대단한지 않나?"는 말에 담긴 관점으로 관제 중국사를 비판한다.

양하이잉 교수가 '지나'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 조센진처럼 중국에 대한 멸칭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하지만 그저 China의 음차일 뿐인 '지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게 그렇게 꺼릴 일인지 잘 모르겠다.

저자가 일본에서 공부한 (내)몽골인이다보니 중국 정부의 한족중심의 중화사관과 소수민족 말살(동화?)정책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이 책 전반에 녹아있고.

하지만 쭉 읽고 나니 영미계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정리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없더라.

젊은 세대들이야 기성세대처럼 중국 중심으로 동아시아사를 보는 시각이 덜하겠지만, 중국중심의 좁은 시야로 서술된 동아시아사 교양서를 워낙 많이 봐서인지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이런 책도 읽어보는게 좋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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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10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영국 의회에서 일본의 침략에 관해 일부러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영국이 행한 아편 전쟁의 부조리와 그 뒤 체결된 불평등 조약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것은 중국인이 생각하는 '천하'의 외부에서 나타난 영국보다 우습게 여겼던 일본에게 느끼는 컴플렉스가 더 강렬하고 선명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 생각에는 중국이 이 컴플렉스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근대와 제대로 마주보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없다고 본다.

73쪽

옛날 중국 대륙의 한자 사용법은 오늘날 일본이나 베트남, 한국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거의 비슷했다. 어디까지나 의사소통 도구이며, 모두가 한어로 말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외국어'로 말했다. 무리하게 하나의 '중국어'로 만든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혀 다른 지평이 열린다. 역사에서 '중심과 주변'이 있을 리 없다. 중심과 주변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시대 어떤 왕조의 견해에 불과하다.

107쪽

거친 말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내장이 심하게 움직여 최악의 경우는 창자가 얽혀 장폐색으로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폭이 넓은 벨트로 내장을 해당 위치에 고정하는 것이다. 유목민 사이에서 허리띠와 그것을 고정하는 허리띠 장식이 발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폭이 넓은 허리띠로 신체를 감으면 말을 타면서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고, 군사 작전도 견딜 수 있다.

123쪽

현재 유목민은 이동할 시점을 집단 내에서 협의를 통해 정한다. 그런데 다음 날 이사하기로 결정한 후에 자다가 일어나 보니, 이미 가축들이 먼저 이동한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거의 매년 일어나는 일이라고 봐도 좋다.

265쪽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중화를 최상으로 그 이외의 모든 민족을 '동이나 남만, 서융과 북적'이라고 규정하는 주자학과 같은 사상을 짜내지 않으면 남송의 사람들, 특히 지식층은 자유롭고 매력적인 유목민의 왕조로 유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략)
어느 나라에서나 주자학은 지배자에게는 고마운 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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