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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중/이화승] 조총과 장부(2017)

독서일기/동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20. 1.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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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대 강남지역의 경제사 전공자인 중국학자 리보중이 2013년에 복단대학에서 개설한 일반 교양강좌 강의록을 바탕으로 만든 책.

 

번역판 제목이 <조총과 장부>인데 낚시다. 목차를 보다시피 글로벌 히스토리 관점에서 명청대의 전쟁 및 군제사 위주로 나오고 15~17세기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사 이야기는 거의 없다. 광동성과 복건성 출신 해적들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처음 들어보는 중국측 사서들과 내가 몰랐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전쟁사, 중국의 무기 및 군제 정비에 대한 내용들이 꽤 있긴 했는데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뭔가 편향된 관점을 깔고 있어서서 사료해석이 타당할까 의문이 들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저자 리보중은 1521년 명나라 왕홍 제독이 포르투갈인이 점령하고 있었던 홍콩 인근의 '툰먼 섬'을 공격한 툰먼전투와 1522년의 잔존병력과의 전투인 '샨차오완 전투'에서 명나라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부각한다.

 

하지만 아래 블로그를 보니 툰먼전투는 6대의 포르투갈 캐러밸 선과 50대의 정크선(화공용 소함정 제외), 6대(대형 캐럭 2, 소형 캐럭, 2, 정크선2)의 포르투갈 잔존병력 대 명나라 함정 300척(80대는 대형선)으로 교전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출처 : https://troubadour.tistory.com/71

 

임진왜란 때 명군의 활약을 자랑스럽게 써놓고 조선군에 대해서는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이름도 기재하지 않고 명군과 일본군의 공방으로만 써놓은 399페이지의 서술도 참.

 

책에서 인용하는 서양화약무기에 관한 책들의 번역과 창작의 성과를 가지고 중국이 일본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여 서적을 편찬했고, 일본이 이를 가져다 서양 기술에 관한 지식을 익혔다는데 이 부분도 갸우뚱.

 

과연 송나라 시절의 강남이 아닌 혼군들이 다스렸고 폐쇄적이었던 명나라가 이렇게 군사적인 측면에서 당대의 서양국가들과 맞먹는 무기를 개발하고 실전에서 운용했을까?

 

포메란츠의 <대분기> 이후 유행에 편승해 서구 중심의 근대초기 국제교류사의 부족한 점을 채운다는 명목으로 15~17세기에도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짱이었고, 충분히 근대화로 갈 수 있는 역량이 있었던 국가였다고 중화민족의 위엄을 내세우기 위한 관제사학 냄새가 난다.

 

영미권의 학자들이 검증해서 인용하기 전까지 이런 중국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일단 의심하고, 굳이 중국사가의 책을 찾아 읽지 않으려 한다.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부터 읽어야 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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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쪽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 정부는 마닐라에서 멕시코 아카풀코를 오가는 노선을 개척하고, '대범선(갈레온) 무역'을 통해 동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시장을 연결했다. 스페인은 아카풀코에서 대량의 은을 마닐라로 운송하고, 포르투갈령 아오먼에서 사주 등 중국 상품을 구매한 뒤 아카풀코로 돌아왔다. 그중 실크 제품은 절반 가량을 다시 유럽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스페인령 아메리카에서 팔았다.

 

164쪽

 

1514년, 터키가 타부리즈 전투에서 화기를 사용해서 페르시아를 대파하자 인도의 무굴 통치자들은 크게 놀랐다. 당시 무굴 통치자들은 오스만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터키의 대포 제조 전문가 우스타드 알리 쿨리를 초빙해 대포 제작을 의뢰했다. 1526년, 무굴 군대는 파니파트 전투에서 이 대포들을 사용했는데, 가장 큰 대포는 250kg에 달하는 포탄을 발하했다. 1647년, 우즈벡군이 막강한 군대를 이끌고 침입하자 무굴 군대는 대포를 사용해서 이들을 물리쳤다.

 

172쪽

 

시암 : 미안마에 대항하기 위해 시암도 적극적으로 선진 화기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538년 파랍시 국왕은 120명의 포르투갈인으로 구성된 근위 부대를 설립하고, 자국의 병사들에게 화기사용법을 가르치도록 했다. 16세기 말, 시암이 성능이 좋은 화약과 화총을 제작해서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이 무기들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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