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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브룩/조영헌, 손고은 역] 셀던의 중국지도(2013)

독서일기/지리학

by 태즈매니언 2019. 12. 3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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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걸 보면 좀 웃기다. 원래 스텝지대를 가르는 '일대(one belt)'는 유목민들이 주도했고, '일로(one road)'는 남중국해의 다국적 해적들이 주름잡던 곳이라 복건성 출신들 빼고는 한족의 활약과는 거리가 먼데.

 

캐나다 UBC의 명나라시대 전문가 티모시 브룩 교수가 쓴 이 책은 하나의 지도에서 비롯된 역사추리소설같은 논픽션이다.

 

셀던의 지도란 1659년 해양법에 관심이 많았던 영국의 변호사 존 셀던이 사망한 후에 옥스포드 대학의 보들리안 도서관에게 기증한 자료 중에 있었던 아래의 중국 지도를 말한다.

 

https://seldenmap.bodleian.ox.ac.uk

(옥스포드대학 만세~줌기능도 지원한다.)

 

저자는 이전의 중국지도와는 매우 다른 이 지도가 1608년경에 유럽지도를 접해봤고 나침반의 방위각, 축적과 투영법 등의 지식을 습득한 남중국해의 어느 중국인 제작자가 만든 상업적인 목적의 항해용 지도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왕조국가에서 제작된 기존의 관제 지도는 물론 바다를 중심으로 만든 지도라는 점에서 <한참 후에 나온 <대동여지도>나 <이노즈>와도 다르다.

 

참고로 1600년 설립된 영국 동인도회사가 1613년 일본 나카사키에까지 진출했으나 1623년 히라도 상관의 문을 닫는다. 이 사이에 제작되어 영국인이 입수한 지도다.

 

16~17세기 유럽의 문화사와 명나라 장섭의 <동서양고>와 <순풍상송>이라는 중국 항해서의 나침반 사용법, 당시의 축적법과 투영법, 범선을 이용한 원양항해의 기술 등에 대한 풍부한 설명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지도가 갖는 의미는 충분히 알겠다.

 

올해 세종도서로 이 책을 선정한 심사위원은 크게 칭찬받아야 한다. 번역해주신 조영헌, 손고은 교수님과 많이 팔리기 어려운 이 책을 출판한 '너머북스'의 출판인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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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쪽

 

지구의 구형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세계를 지구본에 그리는 것이다. 아담스는 일본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지구본에 담긴 지도를 보여주었고, 쇼군은 처음에는 아담스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에게 크게 감복했다. 아담스는 동인도회사에 지구본 두 개를 요청하면서 쇼군이 영국의 요청을 지지하여 동북항로를 개방하게 되면 러시아에 이르는 길이 단축될 것이라고 하였다.

 

340쪽

 

셀던 지도 제작자는 자신의 항해 지침서 데이터를 근거로 항로를 먼저 그린 뒤 주변 해안선을 그렸다. 그래서 이 지도는 결코 진정한 지도가 아니다. 이것은 항로를 보여주는 해도다. 육지 형태는 부차적인 것에 가깝다.

 

350쪽

 

이 지도는 철처히 상업적 항해도로, 제국의 의도나 영유권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의 지도 제작자는 명조를 포함한 정치적 국가에 관심이 없었다. 정반대로 명조 역시 바다에 관심이 없었다.

 

364쪽

 

셀던 지도가 담고 있는 가치가 떨어진 때는 정확히 1640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암스테르담 출신의 유능한 지도 제작자 요한 블라우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중국해가 그려진 포르툴라노 해도를 정확도 높게 제작해주었다.

 

403쪽 (옮긴이의 말)

 

역사적 관점에서 (지도에 담긴) 왜곡 자체가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자 해석의 실마리를 던져줄 때가 있다. 역사적으로 언제, 왜, 어디서 이러한 왜곡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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