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kookilbo.com/Special/Plan/List/1184
두꺼비 학살자 JP당 윤리위원장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알게된 책. 서울의 쪽방촌과 청년주거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취재하여 기획보도를 한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님께서 쓰셨다.
조금 감정적이고 섣불리 단정짓는거 아닌가 싶은 부분들이 몇몇 눈에 띄긴 했지만 솔직한 취재일지와 후일담으로 괜한 힘주지 않고 간결하게 써서 마음에 들었다.
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처럼 그들과 함께 살면서 참여관찰한 기록은 아니지만 매일 떨어지는 취재에도 바쁜 와중에 이렇게 열심히 취재한 게 감사하고, 도시빈민의 주거문제에 대한 데이터들이 참 없구나 싶구나.
한국일보의 1면 기획기사 보도 당시에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실마리는 어디에서 찾았는지, 왜 이혜미 기자님은 서울의 주거빈곤 문제를 취재하다가 어떤 점에서 분노하게 되었는지 알고 다시 읽으니 기사가 더 깊게 읽힌다.
서울의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후속 기획기사 꼭지는 이혜미 기자님 본인도 인정한듯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한 기록들을 읽으니 내가 절대 알기 힘든 벼랑에 선 쪽방 주민들과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탐사보도를 이끌어낸 동력이 된 서울시 자료를 얻어내기까지의 고생을 언급하셨는데, 서울특별시가 2012년부터 <서울특별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제6조에 따라 매년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건 칭찬해줄 일이 아닌가 싶다.
5개 지역 외에도 사각지대가 있겠지만 공무원과 전문조사기관,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5개 쪽방상담소를 통해 매년 해당 지역은 묵묵히 전수조사하고 있으니.
건축법을 위반한 불법증축행위에 대한 처벌과 이행강제금을 상향하고, 최소주거기준을 정했으면 그에 못미치는 건축물에서 사람을 거주하게 하면 적발해서 철거명령을 내리고 대집행을 하거나, 기준 이하의 건축물에서라도 살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기준을 좀 더 완화해야지 현재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유지되서는 건물주만 배불린다는 저자의 진단에 동의한다.
그런데 월세로 25만월 받으면서 10년 동안 난방을 안해주는 건물주라면 겨울에 자기 건물에 살던 사람이 죽으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업무상 과실치사의 죄책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쪽방촌 돌려서 번 돈으로 빌딩 올리는 현실이 바뀌겠지.
-------------------------------------
55쪽
"쪽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한 재력가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주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뭘 하려고 하면 그렇게 민원을 넣고 결사반대한대요.
시청이 시설 지으려고 건물을 사려고 하면 알박기를 해서 방해하질 않나. 구청이 국일고시원처럼 불나고 사람들이 떼로 죽을까봐, 안전 설비를 갖추라고 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나봐요.
그렇다고 구청이 '고치라'고 세게 나가면 이게 또 압력이 돼서 세입자들이 쫓겨날 수도 있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구청이 소화기 설치해주고, 고장난 곳은 고쳐주고 그러는데 답답한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래요. 결국 우리 세금이 다 집주인에게로 흘러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형국이잖아요."
81쪽
"월세를 400만~500만 받는 주인들은 오히려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에도 여기 조합 같은 게 생겼는데, 안하려고 해요. 수익이 없어지니까요."
170쪽
'요즘 청년들이 바빠서 집밥을 해 먹지 않는 건지', 아니면 '집이 집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기에 밥을 먹는 행위가 바깥으로 뛰쳐나가버린 건지'에 대해서는 선후 관계를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181쪽
애써 보이지 않는 빈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커뮤니티도 비슷한 이들로 꾸려져, 닿을 수 있는 청년은 4년제 대학의, 어느 정도 지위가 보장된 청년들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빈자는, 누군가 가난의 냄세를 맡을세라 고시원에, 신쪽방에, 반지하에 그렇게 바퀴벌레 숨듯 숨어버렸다.
[김시덕] 갈등도시(2019) (0) | 2020.04.12 |
---|---|
[심형석] 아파트 제대로 고르는 법(2016) (0) | 2020.03.06 |
[로버트 파우저]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2019) (0) | 2020.01.05 |
[황인범]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2014) (0) | 2020.01.01 |
[바바 미오리/홍주영 역] 주말엔 시골생활(2015) (0) | 2020.01.0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