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님은 전작 <서울선언>에 이어 문헌학의 관점으로 지금의 잠실이 경기 고양군 뚝도면에 속한 잠실도였던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백 년 이상의 시층(時層)을 읽어내며, 대서울 공간을 읽어냅니다.
옛 에도의 남은 흔적들과 그 정취를 그리워하며 쓴 사이덴스티커 선생의 <도쿄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왜 왕족과 양반문화는 보존되고 상민과 천민들의 공간은 사라져가는지 비분강개하는 톤이 좀 더 강했습니다.
지배층 중심의 관점으로 기억할 가치가 있는 역사와 공간을 재구성하는 논리에 저항하여 시민의 기억과 시민의 역사 관점을 고수하는 결기가 담뿍 담겨 있어서겠죠.
지금의 서울시의 정책, 주민들의 의식이 조선시대 왕실과 지배층의 기억을 담은 공간의 복원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김시덕님의 불편함에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주택재건축과 구역단위 재개발로 과거 서민들이 살았던 대서울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은 실리적이고, 현세적인 일반 시민들이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
서울을 빽빽하게 채워가고 있는 구분소유된 아파트단지들과 주상복합 건축물들이야말로 국가가 제공해주지 않은 기반시설들을 스스로 건설해낸 공화국 시민들의 성취증거이니. 향토사학이 발달한 일본처럼 대서울 기억저장고를 만들어주신 분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서울이 꼭 로마처럼 될 필요도 없죠.
도시라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플랫폼은 토지면적의 제약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떠나서 버려지지 않는 이상 '갈등도시'가 될 수밖에 없고, 갈등이 심하다는 건 그만큼 아직 그 도시가 매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시덕 선생님처럼 대서울 내에서 30번 이상 이사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저도 신림동-부평-의정부-전농동-일산 위주로 대서울에서 15년 가까이 살았던 터라 제가 살았던 지역에 관한 부분을 몰입해서 읽게 되더군요. 자기가 살았던 부분만 발췌독 해도 괜찮을 책입니다.
공무소란 단어를 철현님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1930년대 조선인 개량한옥을 지었던 이들의 상호가 '마종유의 마공무소', '오영섭의 오공무소'였다니 신기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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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쪽
현대 한국 초기에 영등포가 담당하던 중공업 기능은 구로 공단으로 옮겨 갔고, 다시 1977년에 계획이 확정된 안산시의 반월공단, 시화공단, 그리고 1980년에 계획이 확정된 인천시의 남동 공단이 그 기능을 이어받습니다.
(마영신 작가님의 <남동 공단>이 이런 곳에 대한 작품이었군요. ㅎㅎ)
210쪽
군부대 주변 지역이어서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에 한센인 정착촌이 형성되고, 이것이 다시 가구 단지로 진화하여 주변 신도시의 가구 수요에 대응하는 <경계적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이 확인됩니다.
215쪽
타이완, 조선 등의 식민통치가 안정되고 만주국 경영도 뜻대로 이룽지고 있다고 생각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은, 본격적으로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대규모 철도-군사 시설을 한반도 여러 곳에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오늘날의 수색역에 해당하는 경성 조차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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