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손창완]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2017)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0. 5. 26. 22:21

본문

처음에는 책 날개 안쪽에 적힌 저자 소개 문구를 보고 '사짜'가 아닌가 싶어 뜨악하긴 했다. 자기 자랑이 과해보였고, 엔지니어가 '최면 심리 칼럼리스트'라는 기괴한 이력을 기재했다니.

 

그리고 건축 실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건축주 커뮤니티로 '실전건축대학'이라는 까페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폭파되었는지 검색도 되지 않는다.

 

자기 집을 지어본 경험을 토대로 전원주택단지 디벨로퍼로 나섰던 것 같은데 사업이 어그러진게 아닌지. 그 일의 전말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빌드트리(buildtree.co.kr)'라는 전원주택 중개와 개발을 컨설팅하는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종종 건축주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하시는 걸 보니 본업은 완전히 그만두신 듯.

 

이런 싸한 느낌을 가지고 읽기 시작해서 조금만 이상한 소리가 나오면 바로 덮으려고 했다.

(22쪽에서 저자가 '에너지 풍수 자격증'을 땄다고 한 부분에서 정말 덮을 뻔 했다. ㅎㅎ)

 

그런데 예상 외로 책이 충실하더라. 내가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진 게 반년 남짓이지만 그동안 봤던 책들 중에서 단독주택 건축주를 위한 실전 매뉴얼로는 가장 유용할 것 같은 책이었다. 2017년에 출판되서 오래된 책도 아니다.

 

잘 읽긴 했는데 좀 우울해졌다. 저자처럼 4년 동안 꼼꼼하게 공부하고 자신이 살고싶은 집을 만들기 위한 선택을 마치고 설계대로 무사히 시공을 한 도심 단독주택이 10% 정도 커스터마이징이 된 최신 복층 테라스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더라. 르 꼬르뷔지에도 한국의 신축 아파트를 봤더라면 엄지 척~하시지 않을까?

 

저자는 건축설계시부터 이미 iOT 제어 박스를 염두에 두고 600만원을 들여 IoT 솔루션을 설치해서 에어컨, 보일러, 대문과 현관 잠금장치, 콘센트, 가스밸브를 인터넷으로 제어하고 있는데 작년에 입주한 내 아파트도 모바일 앱(아이폰 앱도 있다.)기반으로 이미 쓰고 있다.

 

도심의 아파트단지가 제공해주는 여러 가지 효용과 자산투자 측면에서의 기대수익을 생각하면 굳이 단독주택을 지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고민은 아파트 왕국 대한민국의 건설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훨씬 더 깊게 했는데 말이다. 내가 정원공간만 작은 테라스 공간으로 양보하면 신축 아파트의 장점들을 함께 누릴 수 있는데 단독주택을 꼭 지어야 할까? 정 답답하면 맹지에 농막하나 사서 올려놓으면 될 일에 내 욕심이 너무 과한게 아닌지.

 

----------------------------------

 

39쪽

 

건축주 입장에서 명작 주택 순례라는 직접 또는 간접 경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30~40대 건축주들은 아파트 또는 한두 가지 종류의 주거 형태만 체험해왔기 때문에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내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지,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있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었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멋진 요소만 따온 집은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않을 확률이 높고, 비실용적이며 쓸데없이 시공비만 높아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건축가에게 제대로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집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집인지를 생각하고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직접 겪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52쪽

 

평당 공사비에 대한 질문은 자동차의 가격이 "cc당 얼마인가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69쪽

 

가용 가능한 예산 - 필요한 집의 면적에 대한 건축비용(어림짐작시 거주인원 1인당 10평*600만원) = 토지 구입비

 

152쪽

 

건축주는 단 두가지 일만 하면 된다. 바로 '예산 집행'과 '확실한 선택'이다.

 

170쪽

 

내가 내린 결론은 옥상은 오픈카와 같다는 것이다. 오픈카 뚜껑을 열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날씨와 온도가 적당한 날이 그리 많지 않듯, 옥상도 생각보다 자주 올라가게 되지 않는다.

 

185쪽

 

외장재는 딱 3개월만 건축주 눈에 보인다. 어차피 집에 들어가면 내장재 위주로 보고 느끼게 되므로 살면서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다.

 

194쪽

 

(어느 건축주) "설계는 연애 같지만, 시공할 때는 결혼 같다."

 

218쪽

 

시공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집의 관리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산을 잘하는 것'이다. 시공사도 손해 본 현장이 아니므로 시공 후 건축주에게 전화가 올 때 더 반가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