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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겨울정원(2019)

독서일기/식물

by 태즈매니언 2020. 6. 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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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에게 책은 잘 건조된 참나무보다 훌륭한 장작이다.

 

신축 아파트가 좋구나 -> 외부와 이어지는 개방된 공간이 없어서 답답해. -> 단독주택 생활은 어떨까? -> 어떤 건물을 짓고 인테리어하지? -> 생각해보니 땅부터 필요하구나. -> 어떤 땅이 집짓기에 좋은 땅이지? -> 땅...단독주택엔 정원이 있었지! -> 어떤 정원이 아름다운 정원일까?

 

엘리베이터만 타면 되는 지하 운동공간엔 절대로 안가면서 이렇게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가 "겨울에 아름다운 정원이 사계절 아름답다"는 문구에 꽂혀 보게 된 책.

 

겨울이 일 년의 절반에 가까운 한국 중부지방의 혹독한 날씨를 생각하면 북서풍이 몰아치고 메마른 시기에 내다보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며 정원꾸미기를 생각하는 게 맞을거다.

 

신혼여행도 겨울정원을 둘러보겠다고 영국으로 떠날 정도로 겨울 정원이라는 화두에 천착한 조경전문가 김장훈님덕분에 정원을 보는 눈이 조금은 트였다.

 

정원에 그래스 종류를 풍성하게 심어보고 싶다. 까치밥처럼 다람쥐나 텃새와 같은 야생동물들을 위해(라기보단 구경하기 위해) 나무에 나무열매바구니를 매달아놓는 것도 재미있겠고.

 

한국의 중부지방에서 영국이나 일본식 정원처럼 초록이 싱그러운 겨울정원은 무리겠지만 이런 실정을 고려하여 추천한 겨울정원용 식물정보만 참고하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혹여 전원주택을 짓게 되면 다시 읽어야지. 히어리, 붉은말채나무(미드윈터파이어), 페로브스키아(블루사파이어), 바늘새풀(칼푀르스터) 같은 식물을 직접 심고 키워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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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프랑스의 정원사이자 정원 철학자 질 클레망은 처음 정원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땅을 잘 관찰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108쪽

 

칼 푀르스터는 그래스를 머리카락에 비유했다. '대지의 머리카락'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많은 관상용 그래스들이 겨울철에도 그 형태를 유지하며 정원을 채우는 것을 물론이고 겨울정원에 볼륨감을 더한다. 뻣뻣하게 마르지 않고 긴장을 푼 듯 유연한 형태와 부드러운 질감으로 겨울에도 생생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서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그만이다. 그래서 마르거나 탈색했다는 이유로 그래스를 매몰차게 잘라낸 겨울정원을 볼 때면 정말이지 정원이 삭발이라도 한 것처럼 삭막하고 허전해 보인다.

 

154쪽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가 오롯이 느껴지는 정원이야말로 잘 만든 정원이고 그 변화가 궁금해서 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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