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이아 빈스/김명주 역] 인류세의 모험(2014)

독서일기/기후변화

by 태즈매니언 2020. 6. 17. 01:47

본문

오랜만에 읽은 (준)벽돌책. 읽는데 무려 한 달이나 걸렸다. 이런 수요층이 좁은 책을 2018년에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번역자 김명주님과 '곰출판'에 감사드린다.

 

<네이처>紙의 뉴스 편집자이자 <가디언>과 BBC에 정기적으로 과학과 환경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는 저자가 이름도 Gaia라니.

 

훌륭한 책이긴 한데 이 책이 영국에서 출판된 2014년에 읽었더라면 훨씬 감명받았을 듯 싶어서 좀 아쉽다. 대부분의 사례들이 2010년 즈음이라 벌써 10년 전 이야기들이니.

 

저자 가이아 빈스는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제안한 '인류세'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인간이 생물권에 초래한 변화로 인해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닌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했다는 증거들을 보여준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읽는 속도가 느렸던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지구 곳곳의 방대한 사례들을 가지고 저자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계속 헷갈렸기 때문이다.

 

가이아 빈스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넘나든다.

 

첫째, 이 책은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번성해온 인류로 인해 지구의 환경, 기후, 생물권이 얼마나 '격변+급변' 해봤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는 점에 환경에 대한 보전주의 입장을 보여준다.

 

둘째,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생태적 위기에 처한 밑바닥의 인류들의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적정 기술과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유지를 위한 제도 실험과 갈등을 통해 종종 온건한 생태주의자들의 입장에 동조한다.

 

셋째, 가이아 빈스는 소위 '지구공학' 기술을 통해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번성해온 것처럼 인류세에 인간이 초래한 생태적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술낙관주의 시각을 빈번하게 취한다. 5년만에 27m 넘게 자라는 유전자 변형 유칼립투스 나무, 자연의 나뭇잎보다 1,000배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인공잎, 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석유로 바꾸기 등등 경제적 효율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온갖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이 세 가지 관점을 모두 언급하기 때문에 읽기는 어려웠는데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느끼기엔 가이아 빈스의 이 세 가지 관점의 혼합비는 2:3:5 정도인듯.

 

지난주에 읽었던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과 출발은 비슷하지만 조감도처럼 훨씬 폭넓은 시야에서 인류문명을 조망하기 때문에 내 취향에 맞았다.

 

특히 가이아 빈스가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인류세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선각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마지막 제10장 <도시>는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에서 말했던 주장을 훨씬 우아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었고.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역신의 귀환은 역시 예측하지 못했다.

 

작년에 나온 가이아 빈스의 두 번째 책인 <Transcendence: How Humans Evolved Through Fire, Language, Beauty, and Time>은 한국어로 언제 번역되려나.

 

--------------------------------------

 

115쪽

 

이산화규소는 큰 규모의 생태계를 떠받치는 플랑크톤성 조류 집단인 규조류를 이루는 중요한 성분이다. 만일 이산화규소농도가 질산염 농도에 비해 떨어지면 편모충류라고 불리는 또 다른 조류 집단이 우세해지는데, 이 경우 독성을 갖는 적조가 일어난다. 규조류는 편모충류보다 몸집이 커서 동물들이 더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고, 이것은 생태계 전체를 더 생산적으로 만든다.

 

192쪽

 

음식물 쓰레기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큰 온실가스 배출자이며, 8억 7천만 명이 매일 굶주리는 현실에서 농경지의 3분의 1을 이용한다.

 

218쪽

 

바다는 현재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삼키는데, 지난 세기에 탄산 증가로 바다의 수소이온농도가 0.1pH 떨어졌다. 미미한 변화처럼 보이겠지만, pH는 로그 척도로 측정되므로 이것은 산도가 30% 증가했다는 말과 같다.

 

487쪽

 

ETFE 필름은 가시광선은 통과시킬 수 있지만 자외선은 걸러낸다. ETFE 필름은 유리와 비교하여 무게가 1%일 정도로 가볍고 빛을 더 많이 투과하고 설치 비용도 70%까지 저렴하다. 또한 탄성이 있고(자체 무게의 400배까지 견딜 수 있다.), 표면에 아무 것도 들러붙지 않기 때문에 청소할 필요가 없으며 재생 가능하다.

(아니 이러면 렉산보다 훨씬 좋은데 왜 온실용 자재로 널리 사용이 안되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