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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심신 단련(2019)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0. 7. 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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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집을 읽고서 바로 팬이 되어버린 이슬아 작가님의 산문집. 작년 말에 나왔더라. 이슬아 작가의 사적인 모습을 소재로한 글들이 많다보니 연예인 사생팬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재인 내가 20대 대도시 여성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인 출판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재미있었다. 사업도 참 잘하시는 분.

 

가족을 지칭하면서도 엄마나 아빠가 아닌 별명으로 부르는 친구처럼 서술한 경쾌함도 신기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자기 적성을 일찍 찾고 성실하기까지 하면 어떤 성과를 거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읽는 입장에서는 기가 죽긴 하는데 20대들이 자기계발서 따위보다 이 <심심단련>을 읽는게 훨씬 큰 도움이 될거다.

 

잠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보이고 일이 많으니 20대라고 너무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오래 좋은 글들 많이 써줬으면 싶다. 채식주의자이시니 비건용 영양보충제도 꼭 드시고.

 

원고료와 지급정보를 명시하지 않은 청탁메일에 보내는 이슬아 작가의 차분한 답장은 글쓰기의 모범사례로 국어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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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남자가 남자를 유쾌하다고 소개할 경우 유쾌하다고 소개한 남자나 소개된 남자 둘 다 안 웃길 확률이 매우 높았다. 더럽게 재미없고 느끼하고 철 지난 유머를 끊임없이 던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83쪽

 

걔 때문에 나는 달변이 쓰는 글 말고 눌변이 쓴느 글에 더 유심해지게 되었다. 제때 떠드는 사람들은 결코 쓰지 않을 문장이 그들의 글에 있었다. 말로써 휘발되지 않는 것들과 말해놓고도 부족한 것들과 다시 말해야 할 것들이 이야기가 되었다.

 

227쪽

 

책의 출발 지점부터 독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감당하는 동안 내가 아는 편집자들을 조금 더 존경하게 되었다.

 

265쪽

 

나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방식은 청소다. 프리랜서 선언은 누군가에게 고정적으로 고용되지 않고도 잘 지내보겠다는 다짐 같다. 스스로를 나약하게 두지 않기 위해 청소를 한다. 공간이 좋은 긴장감을 품도록 정돈하는 것이다. 쉼터였던 집을 일터 모드로 바꾸고 깨끗한 바닥 위에서 맨손체조를 한다. 이 모든 건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에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주어진 원고 마감을 펑크 내지 않을 미래의 나를 믿으며 일을 시작한다. 원고를 무탈하게 완성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매체 혹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나를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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