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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숙] 왜 하필 교도관이야?(2019)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0. 7.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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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간만에 직업에세이.

 

2019년 기준으로 교도소와 구치소 등 전국 53개 교정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1일 평균 수용인원은 5만 4천 명 정도다. 이 중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3.5만 명, 미결수가 2만 명에 살짝 못미친다.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교정공무원은 1만 6천 명 정도이니 교도관 한 명당 수용자 5명을 담당하고 있다.

 

수용자 중 남자비율이 90%가 넘다보니 교도관 비율도 비슷하고, 그래서 전국의 여성 교도관 비율은 10% 남짓인 1,6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희귀한 존재다. 80년대말 입직해서 30년을 보낸 분의 에세이라 여성 교도관의 업무와 애환을 담고 있다.

 

재판에 출석했서 다른 수용자의 번호(휴대전화번호 말고)를 따서 대뜸 연애편지를 보내거나, 승인받고 빌려쓰는 손톱깍이와 바늘로 수용자복 핏을 수선하고 지장을 찍는 인주를 립스틱이나 립밤 대용으로 쓰다니.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의 특성상 상세한 내용들은 의도적으로 생략하신 것 같지만 국내에 한 곳 뿐인 청주 여자교도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안그래도 사회적 인식이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참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인 교정직 공무원의 업무를 접할 수 있는 작년에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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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쪽

 

출소 후 계획 등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사복에서 수용자복으로 갈아입었을 때와 재판 종료 후 형이 확정되어 기결 수형자복으로 갈아입었을 때'라고 했습니다.

 

103동

 

교정기관에서 주고받는 편지의 절반 이상은 법무부 사서함끼리 펜팔입니다.

(중략)

교정기관에서 펜팔 하는 방식은 주로 소개팅입니다. 주로 전국망을 갖고 있는 마약사범이 주가 되어 한두 사람으로 시작했다가 옆 동료 수용자를 소개시키는 방식으로 전파됩니다. 그런가 하면 출정 갈 때 스쳐 간 수용자 번호와 이름을 알아 무작정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전체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화공연에서 눈에 띈 이성의 번호를 기억했다가 펜팔을 하기도 합니다.

 

132쪽

 

어떤 직원들은 수용동 근무를 할 때는 일부러 화장을 하지 않고 오기도 합니다. 수용자들이 시샘하게 될까 봐 배려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자수용자들은 근무자들이 밝고 화사하게 치장하고 오기를 바랍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리만족을 하는 것입니다.

 

136쪽

 

여자 수용자가 양변기를 깨부수기도 하고 방 천장과 벽을 맨손으로 뜯을 정도이니 조현병 수용자들의 괴력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상행동을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남자들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리 여자교도관이 말려도 안 되는데 남자교도관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해지기도 합니다.

 

202쪽

 

수용자를 종교집회로 유도하는 유인책 중 한 가지는 영치금 지원입니다.

(중략)

종파별로 불우수용자 영치금 지원을 하기도 하고, 해당 집회나 자매 상담을 하면 영치금을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치금 지원을 많이 해주는 종파의 집회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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