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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심민화 역] 새벽의 약속(1960)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7. 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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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그가 어떤 작가인지 전혀 몰랐는데 직장 선배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타타르계 혼혈인 리투아니아 출신 유대인의 자식으로 폴란드를 거쳐 귀화한 프랑스인이라니.

 

공군 파일럿,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했던 것이나 외교관에 헐리웃에서 영화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화려한 인생을 끝없이 질주했던 유명인이 왜 이런 개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본격적인 명성을 얻기 전까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로맹 가리를 키운 홀어머니가 소설의 진주인공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데 스탈린을 키운 어머니 케키와 닮은 느낌이었다. 자기 자식을 무조건 최고라고 떠받들고 당연히 최고여야 한다는 무한한 경배가 주는 부담감에 무너지지 않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는 아들의 반짝이는 푸른 눈에서 무얼 보았기에 자신의 모든 걸 아들에게 바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로맹 가리가 (적어도 유년시절엔) 엄청나게 잘 생긴 아이였을 것 같긴 하다.)

 

19세기 초반의 유럽사람들에게 파리의 이미지는 지금 우리가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그리고 LA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합친 느낌이라는걸 배웠고.

 

카사블랑카의 무더운 오후 허름한 빠에서 만난 여인과 만난지 한 시간만에 섹스를 하고 두 시간만에 청혼하는 부분이 아주 사실적이라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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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쪽

 

"나도 내가 늙었다는 것은 안다. 내 인생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진 것들이 있다는 걸 나도 알아. 다만, 로무슈카, 옛날에 딱 한 번 내가 어떤 남자를 열렬히 사랑했던 적이 있단다. 굉장히 오래전의 일이지만, 난 지금도 그를 사랑한다. 그는 나를 존중하지 않았고, 결코 신사답게 날 대해주지 않았지. 그렇지만 그는 남자였다. 그는 어린아이가 아니었어. 그리고 난 여자다. 물론 늙었지. 그러나 옛날을 기억하는 여자야.

 

213쪽

 

나에겐 도망칠 권리가, 어머니의 도움을 마다할 권리가 없었다. 나의 자존심, 나의 남성다움, 나의 존엄성, 이 모든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내 미래에 대한 전설이 어머니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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