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즈오 이시구로/김남주 역]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8. 6. 17:41

본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파묻힌 거인>, <나를 보내지마> 세 권의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마다 스펙트럼이 참 넓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는 저자 자신이 인정한 것처럼 <남아있는 나날>과 거의 흡사한 책이다. 55년 체제가 성립된 직후의 일본이라는 시공간만 다를 뿐, 불완전한 기억과 노화, 전쟁, 일에 대한 자부심, 주변사람과의 불화 등등 거의 비슷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섯 살에 일본 나카사키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경계인이 영국 귀족의 집사와 20세기 우키요에((浮世繪) 풍속화 화가의 세계를 경탄스러울 정도로 잘 묘사하면서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게 마술같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20세기를 살았던 어떤 일본인들에게 전범이라는 딱지를 아무렇게 붙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쪽발이'라는 편리한 비난보다 동시대를 살다 가는 가까운 땅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들 사이의 거리를 재보는 건 어떨까?

 

그런 기회를 주는 좋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일본의 정원이 생각나서 갖고 있던 책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런 공간이 배경이 되겠지.

 

------------------------------------------------

 

267쪽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적어도 믿는 바를 위해 행동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저 마지막에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이 드러난 것뿐일세. 평범한 사람들은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없지. 그런 시기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은 그저 우리가 운이 없었을 뿐일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