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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모 토울스/김승욱 역] 우아한 연인(2011)

독서일기/북미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8. 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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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한승혜님께서 에이모 토울스의 데뷔작을 알려주셨다. 일상이 지겹고, 소여물질처럼 똑같은 이야기들만 들릴 때는 여행 아니면 이런 잘 쓴 소설을 읽는 게 참 좋다. 마지막 1/3은 빌리 할리데이의 음악을 틀어놓고 봤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부자들이고, 갈등은 품위있는 대화로 해결되는 데다가, 대사나 플롯들이 지나치게 따스해서 동화적인 느낌이 있긴 한데 그래도 거슬리지 않았다.

(벨에포크에서 주인공을 도와준 롤스로이스를 탄 도런 부부같은 부자가 얼마나 있을까? --;)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맨해튼이 배경인데 신사와 숙녀의 에티켓이 당연했던 시대의 풍경을, 저자 에이모 토울스가 익명의 앤 그랜딘으로부터 훈육을 받아 투자은행업계의 CEO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프로필 사진들을 찾아보면 터무니없는 억측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거다.)

 

그의 소설들이 오래전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1937~38년의 뉴욕 맨해튼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나오는 단어들을 검색하면서 봤다. 올리브가 아닌 양파 피클(우잉?)을 넣는 gibson matini라는 게 있고, 고담(Gotham)市라는 명칭이 1941년 마블 코믹스의 배트맨에서 처음 쓰인 게 아니라 1807년에 워싱턴 어빙이 뉴욕에 붙인 별명이었구나. <모히칸족의 최후>의 원작소설이 무려 1826년에 쓰여진 것도 몰랐다. 다음에 뉴욕에 가게 되면 5번가의 성 패트릭 성당에 꼭 가봐야지.

 

읽으면서 도금시대의 <위대한 개츠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20년대의 '데이지'와 같은 여성 캐릭터가 맘에 들지 않아서 30년대의 선구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정책이 가장인 남성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공급에 치중했기에 1930년대에 화이트칼라로 일했던 여성들이 소수였을거다. 2차대전 참전으로 많은 일자리들이 개방되기 전까지는. 결말을 내는 방식도 피츠제럴드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근데 414페이지에 나오는 앤 그랜딘의 아래 대사는 끝내 이해 못하겠다. ㅠ.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이 더 많아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느 거예요.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필요한 것이 원하는 것을 능가하는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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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쪽

 

사람은 반드시 소박한 즐거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아함이나 박학다식처럼 온갖 화려한 유혹들에 맞서서 소박한 즐거움을 지켜야 한다.

 

438쪽

 

그것은 귀여운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제 날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거나 내 관심을 끌고 싶다는 의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이는 항상 끊임없이 남의 승인을 갈망하는 남자라도 약간의 섹스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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