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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류재화 역] 세상의 모든 아침(1991)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24. 10. 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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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변시를 보고나서 지금 직장에 들어올 때, 학부전공과 로스쿨 기수가 같았던 변호사님과 함께 입사를 했는데요. 연구실 하나를 같이 썼고 둘 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사무실 책상에서 놓인 책표지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등을 보고서 서로 읽고 있는 책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느 해 읽었던 백 권 남짓의 리스트를 그 분께 공유해드렸는데 그 중에 겹치는 게 '바츨라프 스밀'의 책 뿐이었던 게 참 신기하더군요. 저는 워낙 논픽션 위주로 보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들었던 이름이 바로 '파스칼 키냐르'였습니다.
 
추천받은지 10년 넘게 지난 비오는 가을 휴일에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을 처음 읽었네요.
 
'비올라 다 감바'란 바로크 악기나, '17세기 프랑스 포르루아얄 수도원의 얀센주의'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채로 봤고, 음악과 언어, 사랑이란 세 가지 테마를 '찰나에 존재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엮고자 한 작품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영화로도 나왔더군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아를 인식하는 인간의 돋보이는 능력을, 마치 경주마의 눈을 가리듯 과거에 있었던 상처들을 지워내고, 사회적 존재로서 추구하게 마련인 타인의 관심과 명예를 마다할 때야 '찰나에 존재하는 완벽함'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느꼈고요.
 
자신의 욕망들을 단절해내고 고독한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강한 의지를 지닌 소수의 개인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겠죠.
 
뜬금없지만,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의 대가 김경록 작가님이 문피아에서 새로 연재 중인 <불사자, 고려에서 깨어나다>의 어제 연재본에서 봤던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SNS를 많이 소비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밭에서 장갑끼고 묵묵히 잡초를 뽑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김매기같은 독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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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쪽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Tous les matins du monde sont sans re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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