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듀크/구세희 역]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2018)

좋은 책을 잘 알아보는 페친께서 추천해주셔서 쟁여놓긴 했는데 싸구려 자기계발서 같은 번역판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onesound님의 웹툰 <텍사스홀덤>을 통해서 포커 경기와 합리적 의사결정이 꽤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묵은 책을 보게 되었다.

 

한글 번역판의 제목이 최악이다. 거의 <Catching Fire>를 <요리본능>으로 옮긴 수준. 원제 <Thinking in Bets>의 뉘앙스를 살리거나, 최소한 부제인 'Making Smarter Decisions When You Don't Have All the Facts'의 의미라도 담겼어야 했다. 저자의 메시지와 오히려 반대되는 메시지를 제목으로 삼다니. 로크미디어같은 출판사인가? --;

 

저자 애니 듀크는 인지심리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재미삼아 포커를 시작했다가 4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모은 최상급 프로 포커 선수로 지금은 의사결정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단다.

 

애니 듀크는 자신의 포커 경기 경험을 통해, 베팅이라는 곧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이고, 살아가면서 베팅하는 마음으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옳고 그름을 단정하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닌) '잘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확률적인 태도의 중요성, 다양성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탐색적인' 의사결정그룹의 중요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속했던 그룹들을 돌아보면 98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사회惡과 학생회는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동질성을 추구하다보니 확증적 사고로 인해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는데 해를 끼쳤다.

 

반면에 내가 속한 JP라는 단톡방은 (비록 나는 의사결정에 기여를 거의 못하지만) 반대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판단을 위한 추가정보와 탐색적인 대안가설을 제시하고 있어서 꼭 논의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업무나 일상에서 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포커 룰도 몰랐던 문외한이라 <텍사스홀덤>으로 예습을 해서 포커 플레이가 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맥이 닿아있는지 이해하기 쉬웠다. 포커를 즐겨하는 분들이라면 나보다 재미있게 보실 듯.

 

문득 든 생각 하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느슨한 온라인 의사결정네트웍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확증편향의 고인물 탑골북으로 쓰는 것도 이용자의 선택이라는 입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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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포커는 곧 불완전한 정보의 게임이다. 시간의 제약 속에서 불확실성이라는 조건 하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임이다. 가치 있는 정보는 늘 숨겨져 있다. 어떤 결과에든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한다. 매 순간마다 가능한 한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도 그 게임에서 질 수 있다. 새로이 받은 카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난 다음 결과물을 통해 교훈을 얻으려 애쓸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의사결정의 질을 운의 영향력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81쪽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맞서 베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미래의 자신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13쪽

 

본인의 주장에 돈을 걸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은 덜 편향된 방식으로 우리가 가진 정보를 다시금 진단하고, 자기 믿음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믿음을 업데이트하고 수정하는 데 마음을 열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가 객관적일수록 우리의 믿음은 더욱 정확해진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내기에서 이기는 사람은 더 정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206쪽

 

그룹 상호작용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한데 합쳐놓으면 진실 추구라는 규율의 청사진이 나타난다.

(1) 그룹 내 진실 추구와 객관성, 열린 마음을 보상하여 정확성(확증성말고)에 집중.

(2)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설명할 책임(사전에 회원들에게 고지되어야 함).

(3) 다양한 생각에 대한 개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