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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 토리/유나영 역] 뇌의 진화, 신의 출현(2017)

독서일기/심리뇌과학

by 태즈매니언 2020. 12. 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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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부터 꾸역꾸역 보던 책인데 연말 바쁜 시즌이 겨우 마무리 되서 마지막 장을 다 읽었다.

 

무신론자 입장이다보니 직업 종교인과 독실한 신자들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에 내가 봤던 종교와 진화에 관한 책들은 같은 신을 믿는 종교적 성향이 강한 개체와 집단이 진화적으로 유리했다는 적응적 입장이었는데, 이 책은 신의 출현을 진화의 부산물로 본다. 원제인 <Evolving Brains, Emerging Gods>와 같이 신은 인간의 뇌에서 생겼다는 거다.

 

인류의 뇌가 커지면서 호미닌은 23만년 전에 마음이론(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하는 능력)을, 10만 년 전에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자기성찰능력을, 4만년 전에 자기 자신을 과거와 미래로 투사할 수 있는 자전적 기억을 차례로 획득한 부산물이 신이고, 사후세계를 인식하고 조상을 숭배하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들이 도시에서 모여사는 등 사회가 조직화되면서 종교가 뒤따랐다는 입장인데 논의의 얼개를 정리하면 다이어그램 사진과 같다.

 

아직 발굴이 한창 진행 중인 약 1.1만 년 전 이전의 괴베클리 테페, 네발리 초리, 차외뉘 유적의 상당한 인력이 들어가는 의식용 건물들이 저자의 언급처럼 동식물의 가축화/작물화와 대규모 주거지 건설이 되기 전에 수렵채집민들의 종교가 먼저 출현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적응적 입장보다 저자의 주장의 설득력이 높아질 것 같다. 그렇다면 도시는 수렵채집민들의 간헐적 종교중심지로 출현했던 것일테고.

 

가쪽이마앞겉질(아오..그냥 번호를 붙이라고. 이런 걸 어떻게 왜 기억하라는건지 ㅠ.ㅠ)과 백질로(위세로다발)의 발달과 농경의 시작 중 어떤 것이 종교의 출현에 영향을 미쳤는지 후세 학자들이 밝혀주겠지. 참고로 기록물에 남아있는 최초의 신은 6,500년 전의 사원에 봉헌된 메소포타미아의 물의 신 '엔키'라고 한다.

 

BC 800~ AD 200 사이의 소위 '축의 시대'에 탄생한 종교에 기반한 신을 믿는 사람들이 현재 인류의 60%는 되는데, 인간의 뇌의 진화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으니 만성절날 대성당 한가운데부터 무너져 내렸던 리스본 대지진처럼 대역병의 창궐도 종교라는 부산물에 영향을 주는 진화적 이벤트일까?

 

이젠 이런 묵직한 책을 소화하기 버겁다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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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쪽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표상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능력이 초자연적인 마음 또한 표상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마음 자각(mind perception)은 종교적 인지의 절대적 기초를 이룬다. 마음 자각은 신에 대한 믿음의 인지적 토대일 수 있다." - 심리학자 윌 저비스(Will Gervais)

 

327쪽

 

죽음의 딜레마는 사람의 뇌 진화의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신과 종교는 우리가 타고난 이 끝없는 딜레마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신과 종교는 인간을 - 반은 필멸이고 반은 불멸인 - 혼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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