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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

독서일기/SF

by 태즈매니언 2020. 8.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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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들의 호평이 쏟아졌던 SF작가 김초엽님의 단편집을 드디어 읽었다. 역시 괜히 그런게 아니었더라. 빛나는 재능이 느껴지는. 테드 창의 단편들은 밀도가 너무 높아서 읽는데 에너지가 꽤 많이 드는데 그렇지 않아서 좀 더 편안했고.

 

인간은 의미(이야기)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하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들을 수행하고, 교양이라고 하는 루틴들을 챙기면서 살다보면 의미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기 힘들더라.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투입하지 않으면 예전에 했던 생각이나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흔한 이야기 이상이 나오지 않으니 점점 그런 시도도 안하게 되고. 인지적인 성차가 있어서인지 남자들이 이런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이런 남자들에게 SF는 이야기가 가지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 93년생 여성 작가의 손끝에서 잣아낸 이야기이라 나같은 아재들에게 도움되는 부분도 있고.

 

1~2년 전까지는 소설을 한 달에 한 권이나 볼까말까 하다가 5대5로 균형을 잡다보니 어느 정도 잘 쓴 소설을 보다보면 읽다가 '작가가 이 문장에서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더라.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을 보면서도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말미의 인아영 문학평론가의 해설(서평?)과 작가 후기를 읽으니 그리 잘못 짚어내지 않은 것 같아 소소하지만 뿌듯했다.

 

거실 창가에서 100미터 아래 보도를 내려보는데 차와 오토바이들 말고 걸어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안보인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고마워지는 주말 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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