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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오늘의 SF #1 창간호(2019)

독서일기/SF

by 태즈매니언 2020. 12. 2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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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간 구독 예약을 했던 국내 최초의 서평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0호를 보고 감상평을 남겼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가혹하게 혹평을 했었는데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짚어준 분이 있어서 0호를 다시 읽었다.

 

그런데, 정식 1호도 아닌 0호를 다시 들춰보고 뭐라고 하는 게 별로 의미있지 않을 것 같아서 방법을 바꿔봤다.

 

영어가 짧은지라 외국의 서평 전문지를 한 권도 본 적이 없는데, 작년말에 봤던 국내 최초의 SF전문 무크지 <오늘의 SF> 창간호가 인상깊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찾아봤다.

(검색해보니 최근에 2호가 나왔다고 함)

 

<오늘의 SF> 창간호 중에서 신작 SF 발표란(이 부분을 검정색 잉크에 흰색 활자로 반전 처리한 편집 센스~)을 제외한 나머지 코너의 분량은 100페이지 남짓인데 난 이 부분이 SF 서평지처럼 느껴졌고, SF를 가끔 찾을 뿐인 날라리 독자 입장에서도 무척 재미있었다.

 

SF작가의 작법과 관련된 에세이, 작가론, 작가와의 대담(인터뷰), SF칼럼, 4페이지 이내의 짤막한 작품 리뷰들 모두 SF를 중심에 둔 이야기여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관점이 SF라는 소재를 압도하지 않고 잘 어울졌더라. 분량이 너무 긴 서평은 현학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문고판의 4페이지라는 서평 분량 제약도 마음에 들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창간호를 만드시는 분들이 참고하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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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SF 작가로 산다는 것> - 정보라

 

나는 SF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SF의 기본 의무는 무엇이 됐든 지금과는 다른 존재의 양식, 지금보다 더 좋은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269쪽 <배명훈의 궤도> - 인터뷰어 최지혜, 인터뷰이 배명훈

 

폭발적이고 힘 있는 결말을 이야기할 때, SF에서는 '나'를 기준으로 그 폭발력이 세계 쪽으로 향해야 해요. 세계를 변화시키는 파급력, 혹은 여운이어야 하는데, 순문학은 안쪽 방향, 그러니까 내면으로 폭발해야 해요.

 

289쪽 <SF는 장애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김원영

 

SF는 '과학적 질서'가 작동하는 가운데 사회적 질서를 뒤집거나 변형시켜 이 소수자들이 마땅히 소수자가 되어야할 필연적 이유는 없음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이 존재들의 '과학적' 토대를 지속할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떤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은 '사회적' 질서만이 아니라 '자연적(과학적)' 질서에 의해서도 소수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는 필연적 조건'을 지녔다고 한다면, SF는 장애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309쪽 <존 스칼지의 탁월함에 대하여> - 정새랑

 

더 근본적으로는 현실을 풍부하게 해석한 후 섬세히 모사할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하고 문학적인 옮겨 그리기에 가깝다고 할까?

(중략)

존 스칼지는 당장 목도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끔찍함을 해석해서 서사와 은유로 코팅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인 것이다.

 

315쪽 <다른 세계에서 보내온 에세이> - 이강영

 

과학 지식의 미묘한 점을 포착해서 그 본질을 잘 드러내는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테드 창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목표인듯하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과학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아한 문장력을 가지고 꼼꼼하고 정교하게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우리는 단숨에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이것이 테드 창의 매력이다. 다만 많은 경우 그는 그렇게 세계를 구축하기만 한다. 사건이나 스토리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의 특징을 보여 주기 위한 것에 그친다. 그래서 테드 창의 소설들은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정교한 가상의 세계에서, 아니 어쩌면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서 보내온 아름다운 에세이.

 

318쪽 <앨런 딘 포스터의 '에일리언'> - 듀나

 

포스터는 이 작업(영화소설 창작)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의 감독판을 만든다. 과학적 실수를 바로잡고 캐릭터를 확대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더 만든다. 그런데도 제작비 걱정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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